노후 아파트 정비를 둘러싼 해법이 재건축 일변도에서 점차 다변화되는 흐름 속에서, 양천구가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첫 사례를 공식화하며 주거정책의 전환점을 맞았다. 양천구는 주택법 제66조에 따라 목2동 200번지 일대 ‘목동우성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허가를 완료하고,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과 지형도면을 23일 고시했다. 이는 양천구에서 처음으로 허가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으로, 준공 33년이 지난 노후 단지가 본격적인 주거환경 개선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를 가진다.
![]() [코리안투데이] 목동우성아파트 리모델링 조감도(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사용검사일 이후 15년이 경과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구조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주거 기능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정비 방식이다. 주택법에 따라 입주자 또는 주택조합이 구분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재건축에 비해 사업 기간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적 정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목동우성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은 지난 6월,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 구분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양천구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양천구는 노후 주거지 정비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 아래, 서울시를 포함한 31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고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에 대한 열람공고 절차를 거쳐 최종 허가를 완료했다. 다수 기관 협의가 필요한 리모델링 절차를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행정 추진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번 허가로 목동우성아파트는 1992년 준공 이후 33년 만에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의 길을 열게 됐다. 해당 단지는 기존 지하 1층~지상 15층, 332세대 규모의 아파트로,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5층~지상 18층, 총 361세대로 재편된다. 수평 증축 방식을 적용해 세대 수는 29세대 증가하며, 구조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주거 면적과 편의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차 환경의 변화는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기존 주차 면수는 214면에 불과해 만성적인 주차난이 이어졌으나, 리모델링 이후에는 568면으로 354면이 대폭 확충된다. 지상 주차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지하화함으로써, 보행 안전과 단지 내 공간 활용도를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이는 노후 아파트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주차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건축 연면적도 기존 약 3만8천㎡에서 8만㎡ 이상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된다. 이를 통해 세대 내부 공간은 물론, 공용부와 커뮤니티 시설의 질적 개선이 가능해진다. 특히 기존 지상 주차 공간은 단지 주민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유시설로 전환된다.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해 단지 내부를 개방형으로 구성함으로써,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과 소통하는 열린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단지 내에는 운동시설과 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도입되고, 주변 기반시설 정비도 병행된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새롭게 고치는 수준을 넘어, 생활 방식과 커뮤니티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리모델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주거지 특성을 고려한 무장애 동선과 공용 공간 확보 역시 중요한 설계 방향으로 반영된다.
이번 사례는 양천구 노후 공동주택 정비 정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목동 일대를 비롯한 양천구에는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가 다수 분포해 있으나, 재건축 규제와 사업성 문제로 정비가 지연돼 왔다. 리모델링은 이러한 단지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첫 허가 사례가 나오면서 후속 단지들의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도시 주거 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이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방식이라면, 리모델링은 기존 도시 조직을 유지하면서 주거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인구 구조 변화와 환경 부담,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양천구는 이번 허가를 계기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행정 지원 체계를 더욱 정교화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단계부터 인허가, 관계기관 협의, 주민 소통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리모델링 허가가 주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노후 공동주택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목동우성아파트의 변화는 한 단지의 개선을 넘어, 양천구 전체 노후 주거지 정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재건축 중심의 정비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리모델링 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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