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불법시설 걷어내고 열린 공간으로…양천구, 지양산 사유지 갈등 해결 ‘적극행정’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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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서울 양천구가 지양산 내 40년 넘게 무단 점유돼 온 불법 체육시설을 철거하고,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야외 운동공간과 쉼터로 새롭게 조성하며 사유지 산림 관리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오랜 기간 민원과 갈등의 원인이 됐던 사안에 대해 행정과 주민, 토지 소유주 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충돌 없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적극행정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지양산 내 불법시설물 개선 전후(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지양산은 아기자기한 오솔길과 울창한 숲을 갖춘 양천구 대표 산림지역으로, 인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도심 속 휴식처다. 하지만 전체 면적의 약 87%가 사유지로 구성돼 있어 공공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일부 단체가 지양산 능선 일대에 운동기구와 공작물을 무단으로 설치해 사적으로 운영하면서 일반 주민의 출입과 이용이 제한됐고, 노후 시설물과 폐기물 방치로 인한 안전·환경 민원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

 

문제의 불법 체육시설은 약 40년 전부터 조성·운영돼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공공 산림임에도 사실상 특정 집단의 전유 공간처럼 활용돼 왔다. 운동기구 노후화로 인한 안전 우려, 무단 증축된 공작물, 주변 산림 훼손 등 복합적인 문제가 누적되면서 주민 불만은 점차 커졌지만, 사유지라는 특성 탓에 행정 개입이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양천구는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민원 해소와 공공성 회복을 목표로 적극적인 해결에 나섰다. 핵심은 강제 철거가 아닌 ‘상생’이었다. 구는 해당 부지와 관련된 토지 소유주 8명을 수십 차례 직접 만나 설득했고, 그 결과 무상사용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약 5억 원에 달하는 토지 보상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사유지를 공공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불법 시설을 이용해 온 기존 체육시설 회원들과의 갈등 조정도 중요한 과제였다. 양천구는 일방적인 행정 조치를 지양하고, 65회 이상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시설 이용 실태와 주민 불편, 안전 문제를 설명하고, 향후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충돌 없이 정비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비 과정에서는 불법 공작물 3동과 노후 운동기구 130점 등 모든 불법 구조물이 철거됐다. 이후 주민 의견을 반영해 공공성이 강화된 야외 운동공간을 조성했다. 새롭게 설치된 시설은 KC 인증을 받은 안전 운동기구 17종으로, 기존 시설보다 설치 면적을 대폭 축소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 데크와 벤치도 함께 설치돼 운동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환경 복원 역시 이번 사업의 중요한 축이다. 양천구는 시설 철거에 그치지 않고 산림 복원을 병행했다. 산벚나무 등 교목과 화살나무, 덜꿩나무 등 관목 1,500여 주를 새로 심어 훼손된 산림을 회복하고, 자연 경관과 생태적 기능을 함께 고려한 정비를 추진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시설 설치를 넘어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 관점에서 접근한 사례로 평가된다.

 

지양산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사유지 관리와 공공 이용 사이의 균형이 특히 중요한 지역이다. 이번 사업은 사유지를 공공이 무상으로 활용하면서도 토지 소유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주민 민원을 해소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정력과 예산 투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유지 산림 관리 문제에 대해 ‘설득과 협력’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도시 내 사유지 산림 관리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전국적으로 도시 숲과 생활권 산림의 상당 부분이 사유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공 이용과 관리 문제는 지속적인 갈등 요인이 돼 왔다. 양천구의 지양산 사례는 강제 조치보다 소통과 상생을 통해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양천구는 앞으로도 지양산을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구민의 건강과 휴식을 책임지는 열린 녹지 공간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불법 시설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점검과 함께, 주민 의견을 반영한 단계적 환경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정비가 끊임없는 소통을 바탕으로 사유지를 공공에 개방한 적극행정의 결과라고 밝히며, 지양산이 특정 집단이 아닌 모든 구민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리와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양산 야외 운동공간 조성은 40년간 이어진 갈등을 해소함과 동시에, 사유지 산림을 공공 자산으로 전환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강제 철거가 아닌 합의를 통한 해결, 개발이 아닌 복원을 병행한 접근 방식은 향후 다른 지역의 유사한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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