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주거지형을 수십 년간 규정해 온 목동아파트 재건축이 마침내 분기점을 통과했다. 종상향 갈등과 도시계획 조정으로 오랜 시간 멈춰 있던 목동 1~3단지가 정비구역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목동 14개 단지 전체가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 단지별 이해관계와 제도적 한계를 넘는 데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고시로 ‘목동 르네상스’라는 이름의 대규모 도시 전환 프로젝트는 실행 단계로 진입했다.
![]() [코리안투데이] 목동1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 조감도(사진=양천구청)© 변아롱 기자 |
양천구에 따르면 목동 1~3단지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이 12월 4일 고시됐다. 이로써 목동 14개 단지 전 구역이 정비구역으로 확정되며, 총 47,438세대 규모의 신도시급 주거단지 조성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는 당초 양천구가 설정했던 ‘연내 14개 단지 정비구역 지정 완료’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서울 재건축 정책 흐름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목동아파트는 1980년대 대규모 택지 개발로 조성된 이후, 서울 서남권 대표 주거지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노후화와 함께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용도지역 규제와 안전진단, 교통·환경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사업 추진이 장기간 정체됐다. 특히 1~3단지는 14개 단지 가운데 유일하게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종상향이 핵심 쟁점이었다.
이 문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제시된 ‘목동 그린웨이’ 구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과 안양천을 연결하는 개방형 녹지를 공공기여 방식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통해, 고층화에 따른 환경·경관 우려를 완화하고 도시 차원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해법이 제시됐다. 약 20년간 답보 상태였던 종상향 논의가 현실적인 대안과 결합되면서 정비계획 수립이 급물살을 탔다.
정비구역 지정에 따라 목동 1~3단지는 용적률 300%를 적용받고 최고 49층 규모로 재탄생한다. 세 단지를 합쳐 총 1만 206가구가 들어서며, 기존 중층 위주의 단일 주거지에서 고밀·복합형 도시 주거지로 성격이 바뀐다. 단순한 세대 수 증가를 넘어, 공원과 공공시설을 결합한 입체적 도시 구조가 핵심이다.
목동 1단지는 기존 15층 1,882가구에서 최고 49층, 3,500가구로 확대된다. 약 1만 500㎡ 규모의 근린공원이 새롭게 조성돼 단지 내부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녹지 축을 형성한다. 주거 밀도 상승에 따른 생활환경 저하 우려를 공공녹지 확충으로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목동 2단지는 기존 1,640가구에서 3,389가구로 재편되며, 공공지원시설을 포함한 생활밀착형 커뮤니티 공간이 강화된다. 단지 내에서 돌봄, 문화, 소규모 공공서비스가 해결되는 구조를 통해 ‘잠만 자는 아파트’에서 ‘생활이 완결되는 주거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목동 3단지는 기존 1,588가구에서 3,317가구로 확대된다. 저층 주거지와의 경계부에는 약 1만㎡ 규모의 근린공원이 조성되고, 기존 어린이집을 재건축하는 등 생활 기반 시설 보완이 병행된다. 대규모 개발이 주변 저층 주거지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양천구는 정비사업 추진 방식에서도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 14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는 신탁방식을, 나머지는 조합방식을 선택해 단지별 여건에 맞는 추진 구조를 마련했다. 이미 5·9·10·13·14단지 등 5개 단지는 사업시행자 지정을 완료했으며, 조합 방식으로 추진 중인 4·6·8·12단지도 조합 설립 또는 추진위원회 구성을 마쳐 행정 절차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다.
목동 재건축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를 넘어선다. 약 4만 7천 세대 규모의 대단지는 교통, 교육, 상업, 녹지, 공공서비스 전반에 걸쳐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촉매가 된다. 서부간선도로, 국회대로, 안양천 축과 맞물린 입지 특성상, 목동 재건축은 서남권 도시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 사업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시장 측면에서도 파급력이 크다. 목동은 이미 학군과 생활 인프라를 기반으로 높은 주거 선호도를 유지해 왔으며, 재건축 가시화는 중장기적으로 서울 서남권 주택 시장의 기준점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규모 이주와 공사 기간 중 교통·생활 불편, 분담금 부담 등 현실적인 과제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14개 단지 정비구역 지정 완료라는 약속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제는 속도보다 완성도가 중요한 단계로, 사업시행 방식 결정과 시공사 선정 등 후속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목동 재건축은 이제 ‘계획의 영역’을 넘어 ‘실행의 시간’에 들어섰다. 고층화와 공공성, 주거 밀도와 삶의 질이라는 오래된 도시계획의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향후 10년 서울 서남권의 얼굴을 결정하게 된다. 마지막 퍼즐을 맞춘 지금, 목동 르네상스가 이름에 걸맞은 도시 재생의 사례로 완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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