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꿈과 두려움: 로봇의 기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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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인간이 스스로를 닮은 존재, 즉 ‘만들어진 존재(made, not born)’를 상상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첨단 기술 시대가 아닌 고대 신화 속에서부터였습니다. 이는 기술의 발전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자리 잡았던 창조의 욕망과 통제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을 반영합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서 발견되는 인공 생명체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헤파이스토스(사진출처: 나무위키) © 임승탁 기자

고대 그리스 신화, 인공 생명체의 첫 기록을 남기다

 

모든 기술과 공예를 관장하는 그리스 신화의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Hephaestus)는 불과 쇠를 다루는 능력을 통해 여러 인공 생명체를 제작했습니다. 이들 인조 생명체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지능과 행동을 모방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코리안투데이] 탈로스를 토벌한 메데이아(그림출처: 나무위키) ©임승탁 기자

 

  • 황금 하녀들(Golden Maidens): 지능형 인공 존재의 시초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기록된 황금 하녀들은 인간이 상상한 최초의 지능형 존재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살아 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가슴 속에 이해력과 음성과 힘도 가졌으며 불사신들에게 수공예도 배워 알고 있었다“고 묘사됩니다. 고대인들은 이미 인간에 버금가는 이해력과 언어 능력, 그리고 정교한 작업 능력까지 갖춘 강력한 인공지능을 상상했던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AI에 기대하는 수준의 복잡한 능력을 이미 신화 속에서 구현하려 했던 인간의 꿈을 보여줍니다.

  • 청동 거인 탈로스(Talos): 최초의 군사 안드로이드와 통제의 불안 헤파이스토스는 또한 제우스의 명령을 받아 청동으로 만든 거인 탈로스를 제작합니다. 탈로스는 크레타섬의 수호병 임무를 수행하며, 섬에 상륙하려는 해적선에 돌을 던지고 침략자를 뜨겁게 달군 몸으로 껴안아 죽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탈로스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인간과 닮은 행동을 하는 로봇”인 안드로이드로 불리며, 최초의 군사 로봇을 상상하게 합니다. 이 청동 거인의 몸은 머리에서 발뒤꿈치까지 하나의 혈관이 연결되어 신성한 피인 이코르(Ichor)가 흘렀고, 발뒤꿈치에 박힌 청동 못이 이를 막아 불사의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탈로스는 아르고호의 영웅들이 섬에 왔을 때 마녀 메데이아의 마법에 속아 발뒤꿈치의 못이 뽑히면서 신성한 피를 모두 흘리고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기술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근원적인 두려움

탈로스 신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청동 거인이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적 존재를 넘어 영생에 대한 욕심을 부리고 눈물을 흘리는 등 자유의지와 감정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오랜 질문과 불안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존재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창조와 모방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만들어도 되는가?”

이러한 질문은 기술이 발전하여 실제로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된 이후에 생긴 것이 아니라, 기술 이전에 이미 윤리와 두려움이 먼저 존재했음을 시사합니다. 인간이 자신을 닮은 존재를 창조했을 때, 그 존재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행동하고 판단하는 존재가 된다면, 그 통제의 불완전함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고대 신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어져 왔습니다.

‘인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의 본질

인간이 자신과 닮은 인공 생명체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려는 실용적인 목적을 넘어섭니다. 더 깊은 곳에는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근원적인 욕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화 속의 인공 생명체는 그 첫 번째 거울이었으며, 그 거울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창조의 한계, 그리고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마주했습니다.

 

기술의 형태는 수천 년에 걸쳐 청동 거인에서 첨단 AI로 바뀌었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왜 인간은 자신을 만들고 싶어 했는가? 이 질문은 로봇 시대의 윤리적, 철학적 논의의 출발점이며, 현대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탐구되어야 할 주제입니다. 로봇의 기원을 신화 속 ‘만들어진 존재’에서 되짚어보는 것은, 우리가 만들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 임승탁 기자: daej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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