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이 다시 한 번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 주도권 다툼이 이제 ‘눈앞의 디스플레이’로 확장되는 가운데, 구글이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2026년에 출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메타가 이미 시장에 첫 제품을 내놓은 상황에서, 구글은 삼성전자와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를 파트너로 삼아 차별화된 전략으로 반격에 나선다.
![]() [코리안투데이] 지난 8일 구글에서 선보인 프로젝트 오라(Project Aura)의 프로토타입 모습 |
구글은 8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제미나이 AI와 음성으로 상호작용하는 차세대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며, 출시 시점을 2026년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구글은 두 가지 형태의 AI 안경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디스플레이 없이 오디오 중심으로 작동하는 ‘오디오 AI 안경’이고, 다른 하나는 렌즈 내부에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AI 안경’이다. 이 가운데 내년에 먼저 출시되는 제품은 디스플레이가 없는 오디오 중심 모델이다.
이 스마트 안경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열린 구글 I/O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구글은 삼성전자, 워비파커, 젠틀몬스터 등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명시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내 출시 가능성도 점쳤으나, 구글은 이번 발표를 통해 2026년 출시로 일정을 명확히 했다. 다만 제품의 구체적인 디자인이나 가격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 AI 안경의 가장 큰 특징은 설계 철학이다. 이 제품은 휴대폰과 무선으로 연결돼 제미나이가 음악 재생, 화면 분석, 음성 응답, 번역 등 핵심 기능을 처리하는 구조다. 안경 자체에 모든 연산과 배터리를 내장한 메타의 스마트 안경과 달리, 구글은 “가볍고 일상적인 안경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처리 과정을 최대한 휴대폰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착용감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전략이다.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모델의 경우, 구글은 여러 형태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 단안(monocular) 디스플레이와 양안(binocular) 디스플레이 버전이 모두 공개됐으며, 상황과 용도에 따라 다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데모 영상에서는 AR 지도, 구글 미트 연동, 실시간 번역 등 디스플레이 기반 기능이 강화된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디스플레이를 끈 상태에서도 오디오만으로 번역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시각·청각 인터페이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도 기능도 실용성을 강조했다. 사용자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한 지도와 나침반이 자연스럽게 표시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이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스마트 안경이 ‘정보 과잉’이 아닌 ‘필요할 때만 등장하는 인터페이스’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구글은 또 다른 AR 기기인 ‘프로젝트 오라(Project Aura)’의 프로토타입도 처음 공개했다. 이 제품은 중국 AR 기업 X리얼과 협업해 개발 중인 독립형 기기로, 스마트폰과 무선 연결되는 일반적인 AI 안경과 달리 안경다리의 케이블 포트를 통해 외장 배터리와 유선으로 연결해야 작동한다. 기존 X리얼 제품보다 넓은 70도 시야각과 시스루(see-through)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보고 있는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겹쳐 보여준다. 손동작을 인식하는 핸드 트래킹 인터페이스도 갖췄다.
구글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삼성과 협력 중인 XR 생태계 강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삼성의 XR 헤드셋 ‘무한’에 적용된 갤럭시 XR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대표적이다.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흔들림이 큰 환경에서도 AR 화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트래블 모드’가 도입됐고, ‘PC 커넥트(Connect)’ 앱을 통해 모든 윈도우 PC 화면을 XR 기기로 불러올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삼성 갤럭시북만 지원하던 기능이 확장된 것이다.
여기에 얼굴 스캔을 통해 실제와 유사한 외형과 동작을 구현하는 아바타 생성 기능 ‘라이크니스(Likeness)’도 공개됐다. 이 기능은 화상회의 등에서 활용되며, PC 커넥트 앱과 함께 베타 버전으로 제공된다.
시장 환경을 보면 구글의 일정은 결코 빠르지 않다. 메타는 이미 지난해 9월 내장형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 안경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애플 역시 내년 말 첫 스마트 안경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 알리바바도 자국에서 출시한 제품을 기반으로 내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역시 XR과 AI 웨어러블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2026년은 ‘AI 안경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한 웨어러블을 넘어, 생성형 AI·AR·XR이 결합된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의 주도권을 두고 글로벌 빅테크와 제조사, 패션 브랜드까지 뛰어드는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구글의 전략은 분명하다. 메타처럼 모든 기능을 안경에 집어넣기보다는, 스마트폰과 AI 생태계를 축으로 한 분산형 구조로 일상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성공 여부는 결국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화면을 항상 켜 두는 기기가 아니라, 필요할 때만 조용히 도움을 주는 AI 동반자. 구글이 그리는 스마트 안경의 미래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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