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 수십 년 동안 매듭지지 못한 채 남아 있던 국경 분쟁이 2025년 중반 다시 격화되면서, 동남아의 좁은 전장이 뜻밖에도 한국 방위산업의 핵심 무기체계를 시험하는 실험장이 되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LIG넥스원이 개발한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가 있다. 태국 공군이 이 무기를 실전에서 투입해 캄보디아군의 지휘소와 포병 진지를 정밀 타격하면서, K-방산은 그동안 홍보 자료와 시험장에서만 반복되던 문장을 전쟁이라는 가장 냉혹한 문맥 속에 실제로 적어넣게 되었다.
![]() [코리안투데이] 태국과 캄보디아의 분쟁에서 KGGB로 캄보디아의 건물이 폭파되는 장면(영상제공: 유튜브 군사돋보기) ⓒ 박찬두 기자 |
2025년 7월과 12월, 태국 왕립 공군(RTAF)은 F-16 전투기에 한국산 KGGB를 장착해 캄보디아군의 지휘·통제 시설과 로켓포 진지를 타격하는 작전을 연속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한국이 개발한 항공기 발사 정밀유도무기가 해외 공군에 의해 실전에서 운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군사 역사뿐 아니라 방위산업 역사에도 기념비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현지 분석에 따르면 KGGB 투입 이후 태국 공군은 캄보디아군의 주요 전력 노드를 차례로 무력화하며 제공권을 장악했고, 중국산 무기체계를 활용하던 캄보디아군은 정밀 타격 능력에서 뚜렷한 열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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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안투데이] KGGB의 모습(사진제공: overhit.com) ⓒ 박찬두 기자 |
그러나 전쟁의 현실은 언제나 양가적이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한국 언론이 전쟁의 참혹함보다 한국산 폭탄 성능 자랑에만 집중한다“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폭탄의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그 정밀도가 겨눈 좌표 위에 놓인 삶과 공동체의 얼굴도 한층 또렷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K-방산의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음을 인정하며, “실전 검증“이라는 말의 냉혹한 설득력을 재확인하고 있다.
[ KGGB 심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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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GB는 본래 공군이 다량 보유하고 있던 500파운드급 재래식 무유도 폭탄(MK-82)에 GPS/INS 복합 유도 키트와 활강 날개를 결합해 만든 시스템이다. INS(관성항법장치)는 내부의 관성 센서를 이용해 외부 신호 없이도 위치와 속도를 계산하는 장치로, GPS(위성항법장치)가 교란되거나 끊어져도 일정 수준의 유도를 가능하게 해준다. 말하자면 KGGB는, 한때는 단순히 중력에 몸을 맡기고 떨어지던 범용 폭탄에 ‘눈‘과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KGGB와 다른 경쟁 제품 제품들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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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100km를 상회하는 활강 사거리다. 활강 날개를 펼친 KGGB는 투하된 순간부터 단순 낙하가 아니라 장거리 활공 비행을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장착된 플래퍼론(Flaperon, 플랩과 에일러론 기능을 결합한 복합 조종면)이 고도와 방향, 속도를 세밀하게 조정한다. 그 결과, 단순히 직선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형을 따라 우회하거나 곡선으로 비행하면서, 산악 지형 뒤에 숨은 표적이나 제한된 시간 동안 노출되는 이동 표적까지 노릴 수 있다. 공격 각도 역시 75도 이상의 급강하부터 20도대의 낮은 각도까지 폭넓게 선택할 수 있어, 목표와 지형, 방공망 운용 상황에 따라 다양한 궤적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 [코리안투데이] JDAM의 모습(사진제공: airpra.com) ⓒ 박찬두 기자 |
사거리만 놓고 보더라도 KGGB는 기존의 미국제 JDAM(합동직격탄, Joint Direct Attack Munition)과는 다른 위상을 차지한다. 기본형 JDAM은 약 28km 내외의 사거리를 가지며, 이는 전투기가 상대적으로 표적에 근접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KGGB는 전투기가 적 방공망(SAM, 지대공 미사일 체계)의 사거리 밖에서 투하해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이른바 스탠드오프(Standoff, 안전 거리 밖에서의 원격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과 호주가 협력 개발한 JDAM-ER이 날개를 부착해 사거리를 약 80km까지 연장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수동적 활강에 가까운 방식이다. KGGB의 플래퍼론 기반 능동 조종은 단순한 거리 확장의 차원을 넘어, 비행 궤적 자체를 전술적 변수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 [코리안투데이] JSOW의 모습(사진제공: armyrecognition.com) ⓒ 박찬두 기자 |
고가형 활강무기인 JSOW(AGM-154 Joint Standoff Weapon)가 130km 수준의 사거리를 자랑하며 미 해군과 공군에서 운용되고 있지만, 그 가격은 KGGB보다 훨씬 높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KGGB의 대당 가격은 약 1억 원, 미화로 약 8만 5천 달러 수준이다. 같은 임무 범주를 담당하는 JSOW가 25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고, 기타 정밀유도무기들이 이와 유사한 고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KGGB는 “가성비“를 넘어 “가성능“(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인 무기를 뜻하는 표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 [코리안투데이] SAASM의 모습(사진제공: everythingrf.com) ⓒ 박찬두 기자 |
유도 방식에서도 KGGB는 현대전의 요구에 맞춰 설계되었다. GPS 유도 방식의 본질적 취약점인 재밍(전파 교란)을 극복하기 위해 군용 GPS 수신기인 SAASM(Selective Availability Anti-Spoofing Module, 군용 암호화 GPS 모듈)을 탑재해 스푸핑(위성 신호 위조)과 교란에 대한 내성을 높였고, GPS와 INS를 복합 운용함으로써 악천후, 야간, 제한된 위성 수신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의 명중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곧 날씨와 시간, 상대의 전자전 능력에 따른 제약을 줄이고, 출격 계획의 유연성을 크게 확장해 준다.
![]() [코리안투데이] GBU-62 JDAM-ER의 모습(사진제공: renderhub.com) ⓒ 박찬두 기자 |
서방 군사 전문 매체들은 KGGB를 “미국의 GBU-62 JDAM-ER에 필적하는 능력“을 가진 무기로 평가하며, 특히 “GOD-like performance ratio(신과 같은 성능 대비 가격 비율)”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군사 분석가는 “한국은 이미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통해 지상 플랫폼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지만, KGGB의 성공적인 데뷔는 한국이 공중 무장 분야에서도 세계 최상위권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 무기체계와의 상호 운용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성능·가격 비율을 제공하는 것이 여러 국가의 눈길을 끈 핵심 요인이다.
![]() [코리안투데이] 한국산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의 모습(사진제공: 나무위키) ⓒ 박찬두 기자 |
태국은 이미 한국산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 등 해군 전력을 도입한 바 있고, 이번 분쟁 이전부터 한국 방산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단계적으로 확장해왔다. KGGB의 성공적인 실전 운용으로 태국은 기존 전력 구조에 상대적으로 비용 효율적인 정밀 타격 능력을 결합했고, 이는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인근 국가들에도 직접적인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FA-50 전투기가 KGGB 공대지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사진제공: 경향신문, 한국공군) (사진제공: 동대문구청) ⓒ 박찬두 기자 |
이미 폴란드,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 여러 국가는 FA-50 경전투·경공격기와 함께 KGGB 도입을 패키지 형태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코리안투데이] 현대로템이 개발한 3.5세대 전차 K-2 흑표전차의 모습(사진제공: 나무위키) ⓒ 박찬두 기자 |
이번 태국–캄보디아 분쟁은, 서류상 사양과 시험장에서의 발사 영상을 넘어 “실전 검증“이라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언어를 K-방산에 선사했다.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된 무기는, 사용되지 않은 무기와는 전혀 다른 무게를 지닌다.
![]() [코리안투데이]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K-9 자주포의 모습(사진제공: 동대문구청) ⓒ 박찬두 기자 |
예비 구매국의 입장에서, ‘전시(展示)’가 아니라 ‘전장(戰場)’에서 입증된 성능은 어떤 화려한 홍보보다 설득력이 크다. KGGB의 실전 사용은 다른 한국산 무기체계(FA-50, K2 전차, K9 자주포, 유도 무기군)의 신뢰도를 동반 상승시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는 동시에 한국 정부와 사회에게 윤리적·외교적 과제를 되돌려준다. 태국과 캄보디아에는 이미 한국 기업과 자본이 깊이 진출해 있고, 양국과의 관계는 단선적 동맹이라기보다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산 무기가 한쪽의 전쟁 수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 입장에서 난처한 정치·외교적 자장을 만든다. 한국 정부는 양국에 대한 무기 판매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중립적 입장을 강조해왔지만, 무기 수출과 실전 사용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다목적 초음속 경전투기 FA-50의 모습(사진제공: 나무위키)(사진제공: 동대문구청) ⓒ 박찬두 기자 |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이 보여준 것은 단지 한 무기의 우수한 성능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과 자본, 외교와 윤리, 실전과 홍보가 한데 얽힌 21세기 방위산업의 단면이다. KGGB는 한편으로는 한국 방산이 더 이상 단순 조립·플랫폼 수출국이 아니라, 독자적인 핵심 무장 기술을 보유한 종합 방산 강국으로 도약했다는 상징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기술이 발휘되는 순간 항상 동반될 수밖에 없는 인도주의적 책임과 외교적 중립성의 문제를 정면에서 제기한다.
이 분쟁은 결국 양날의 검이다. 경제적 이익과 안보 동맹, 기술 자립과 인도주의, 실전 검증과 전쟁의 참혹함 사이에서 한국 사회는 어느 지점을 균형점으로 삼을 것인가. 태국–캄보디아 국경에서, 한국형 GPS 유도폭탄이 그려낸 비행 궤적은 하나의 전장을 넘어,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와 윤리의식을 동시에 가늠하게 하는 곡선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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