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별, 한국에서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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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한때 성공하면 벤츠 한 대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검은색 E클래스와 S클래스는 고위 임원과 전문직의 교복처럼 소비됐고, 수입차 판매 순위 1위는 오랫동안 벤츠의 예약석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 시장에서 벤츠를 둘러싼 공기는 달라졌다. 가격이 아니라 정체성과 신뢰, 그리고 안전에 대한 감각이 소비자 선택의 무게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별 세 개의 상징은 이전보다 훨씬 거칠게 평가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코리안투데이벤츠 클래스 모습(사진제공메르세데스 벤츠ⓒ 박찬두 기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인용한 보도 흐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등록과 판매는 최근 2~3년 사이 두 자릿수 감소 구간을 경험했고, 수입차 왕좌는 BMW 쪽으로 기운 시간이 길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고가 차량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는 다 같이 힘든데 벤츠는 더 아프다는 말이 반복된다. 

 

 [코리안투데이제네시스 G90의 모습(사진제공: genesis) ⓒ 박찬두 기자

 

같은 시기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수요를 흡수하며 존재감을 키운 것도 벤츠의 대체 불가능성을 약화시켰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똑같이 비싸면 제네시스나 BMW가 낫다는 딜러의 체감은 이제 단순한 뒷담화가 아니라 구매 판단의 문장으로 굳어지는 중이다. 

 

 [코리안투데이삼성SDI, 미국 모터쇼에서 자동차용 배터리·첨단소재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이투데이ⓒ 박찬두 기자

 

그 변화의 심장부에는 전동화 시대의 가장 중요한 부품, 배터리가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엔진만큼이나 결정적인 핵심이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는 주행거리뿐 아니라 안전(열폭주 위험 관리), 내구(용량 저하), 신뢰(리콜 대응)로 이어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벤츠가 중국산 배터리를 쓴다는 말이 단순한 공급망 이슈를 넘어, “그렇다면 벤츠는 독일차가 아니라 중국산이 아닌가라는 정체성 논쟁으로 번진다. 

 

 [코리안투데이] (Eng)2023년형 기아 니로 전기차의 중국산 CATL 배터리팩 내부(사진제공: http://blog.naver.com › chelse99) ⓒ 박찬두 기자

 

여기서 중국산은 셀 공급사(: 중국계 업체), 생산지(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셀·), 원재료(중국 비중이 높은 소재) 등 의미가 섞여 쓰이는 경우가 많다(배터리는 보통 모듈으로 나뉘고, 공급사·조립 공장·부품 원산지가 분리될 수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 인식은 그렇게 세밀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핵심 부품의 국적이 바뀌었다는 인상만 남고, 그 인상이 프리미엄을 떠받치던 순혈 독일 엔지니어링의 신화를 잠식한다. 

 

 [코리안투데이중국의 저장지리홀딩그룹 산하 중간 지주 회사이자 자동차 제조 업체인 지리자동차(사진제공나무위키ⓒ 박찬두 기자

 

지배구조 논쟁도 정서를 자극한다. 해외 보도들을 근거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최대 민간 주주로 중국 지리(Geely) 그룹이 거론되고, 중국 국영 투자펀드까지 합치면 지분 20% 안팎이라는 관측이 반복돼 왔다. 법적으로 벤츠는 독일 회사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벤츠가 팔아온 것은 법적 국적이 아니라 이미지의 국적이었다. 소비자는 회계장부가 아니라 로고가 약속한 세계관을 산다. 그 세계관이 독일차인가 중국차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멈칫하는 순간, 프리미엄의 근거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서사로 재판정된다.  

 

 [코리안투데이화재가 난 벤츠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썼다는 연합뉴스의 한 장면(사진제공연합뉴스 영상 캡처ⓒ 박찬두 기자

 

안전 우려는 이 지점에서 증폭된다. 배터리의 품질과 관리가 곧 안전과 직결되는 시대에, “중국산 배터리라는 낱말은 사실 여부와 별개로 불안을 환기하는 방아쇠가 된다. 벤츠의 배터리 화재 사건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의 차종이 벤츠 EQE로 밝혀지고, 그 안에 들어간 배터리가 중국산(파라시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벤츠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또한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품 표기, 공급망 추정, 정비 현장의 체감담이 뒤섞여 확산하고, “원가 절감이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반복되고 있다. 독일 매체가 일부 신형 모델에서 실내 마감과 재질 선택에서 원가 절감의 흔적을 지적했다는 인용이 덧붙을 때, 소비자 머릿속에서는 가벼워지고 전자화됐다는 불만과 핵심 부품도 달라졌다는 의심이 하나의 문장으로 합쳐진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단 한 번의 결함보다, “혹시라는 상상력이 상시화되는 상태다. 

 

 [코리안투데이] ‘메르세데스벤츠 방배 서비스센터와 메르세데스벤츠 대구 북구 서비스센터’ 등 대형 서비스센터 2곳을 오픈했다위 사진은 서울특별시 서초구에 위치한 HS효성더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방배 서비스센터 모습(사진제공: autoview) ⓒ 박찬두 기자

 

여기에 벤츠의 고질로 지목돼 온 AS 문제가 결합한다. 프리미엄은 구매 순간의 설렘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의 처리 속도로 완성된다. 수도권 서비스센터 예약 대기, 판금·도장도 1~2주를 기다린다는 불만, 부품 수급이 걸리면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사례가 누적되며 돈은 벤츠급, 서비스는 중급이라는 조롱이 생긴다.

 

판매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안 서비스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비판은, 전동화 시대에 더욱 날카로워진다. 전기차는 소프트웨어(OTA, 무선 업데이트)와 고전압 계통 진단이 중요해 정비 난도가 높고, 서비스 병목은 곧 불안의 체류 시간이 된다.  

 

 [코리안투데이벤츠의 리콜을 안내 모습(사진제공메르세데스 벤츠ⓒ 박찬두 기자

 

리콜과 배출가스 관련 논란의 기억도 신뢰를 깎아먹는다. 리콜 이후 성능 저하를 호소하거나 보상 부재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는 보도 흐름에서 핵심은 리콜 그 자체보다 태도로 정리된다. 법적 책임 범위를 인정하는 것과 고객이 체감하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슬로건이 현실의 대응 체감과 엇갈릴수록 브랜드는 설득력을 잃는다.  

 

 [코리안투데이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지난 2017년부터 기부 문화 확산 달리기 행사인 기브앤 레이스(Mercedes-Benz GIVE ‘N RACE)’를 통해 조성된 기부금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위 사진은 올해 4월 부산광역시에서 열린 제12회 기브앤 레이스‘ 행사에 시민이 참가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메르세데스 벤츠ⓒ 박찬두 기자

 

한국을 캐시카우(cash cow, 현금만 뽑아아가는 시장)’로 본다는 불신도 같은 축에 놓인다. 수입·판매 법인 구조상 로열티·배당·부품 대금 형태로 본사로 이익이 이전되는 것은 업계 일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벤츠에 비판이 더 크게 꽂히는 이유로는, 압도적인 판매·이익 규모에 비해 사회공헌의 체감이 약하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최근 연간 30억 원대 기부·사회공헌 비용이 거론되며 규모 대비 인색하다는 논쟁이 붙고, 벤츠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존재하더라도 대중의 기억 속에 스토리로 각인되지 못하면 돈만 벌고 떠난다는 이미지가 자리잡는다. 프리미엄은 상품이 아니라 관계이기 때문이다. 

 

 [코리안투데이테슬라 2025년 모델 주니퍼의 모습(사진제공: garage-s.tistory) ⓒ 박찬두 기자

 

최근 보도에서는 외부 경쟁과 내부 리스크가 동시에 악재로 겹친다. 테슬라는 모델Y ‘주니퍼흥행으로 월 판매량을 8천 대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수입차 2위까지 위협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기간 벤츠는 월 4천 대대에 머물렀다는 수치가 제시되고, 누적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더 큰 문제는 내부다. 최대 딜러사 한성자동차의 파업 장기화, 직판제(수입사·제조사가 판매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 도입을 둘러싼 갈등, 인센티브 구조 논쟁이 판매 현장과 고객 응대의 온도를 떨어뜨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딜러사 대표의 성추행 재판 이슈까지 더해지며, 브랜드가 약속해온 품격은 자동차 밖의 사건들로도 손상된다.

 

벤츠코리아는 서비스 인프라 확대, 디지털 예약과 픽업&딜리버리 확장, 전동화·소프트웨어 투자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은 계획의 발표가 아니라 체감의 변화다. 전동화 시대의 프리미엄은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투명성(어느 모델에 어떤 셀이 들어가는지, 안전 검증과 품질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서비스 리드타임의 단축, 결함 논란에 대한 선제적 보증과 책임 있는 커뮤니케이션에서 결정된다. “독일차라는 단어는 더 이상 국적 표기가 아니라, 소비자가 기대하는 기준의 다른 이름이 됐다.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별은 빛나도 상징은 무너진다. 

 

 [코리안투데이메르세데스 벤츠의 엠블럼은 별은 항상 위에서 빛난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별을 형상화 했다이름도 세 꼭지 별각 꼭지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가리키고 품격과 부와 신뢰를 상징한다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로고 모습(사진제공: pixabay) ⓒ 박찬두 기자

 

결국 질문은 한 줄로 남는다. 벤츠는 한국에서 여전히 많이 팔릴 수 있다. 그러나 왜 비싼가에 대한 대답을 다시 써내지 못하면, 비싼 차는 많아도 위대한 브랜드는 되기 어렵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둘러싼 논란과 안전 불안, 그리고 소유 경험의 피로가 겹치는 지금, 벤츠가 선택해야 할 것은 가속이 아니라 신뢰의 재설계다. 그 설계를 투명하게 증명하는 순간에만, 별 세 개는 다시 성공이 아니라 책임의 상징으로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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