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요양, 돌봄이 각각 분절돼 제공되던 기존 복지체계가 전환점을 맞는다. 내년 3월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요양·돌봄을 하나로 묶은 ‘통합돌봄’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다만 초기 적용 대상은 중증장애인 전체가 아니라 ‘취약계층’으로 한정돼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 [코리안투데이] 기사와 상관없는 사진(사진=FREEPIK) © 변아롱 기자 |
보건복지부는 9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이 공포됐다고 밝혔다. 이번 하위법령은 지난해 3월 제정된 돌봄통합지원법에서 위임한 사항과 법 시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던 통합돌봄이 제도적 틀을 갖추고 전국 단위로 확대 시행될 기반이 마련됐다.
하위법령에 따르면 통합돌봄 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등록된 장애인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사람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시장·군수·구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인정한 사람으로 제한된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취약계층’ 요건을 충족해야 통합돌봄 대상자로 포함된다. 이는 제도 초기 단계에서 지원 대상을 한정해 제도의 안착과 운영 안정성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코리안투데이] 통합 돌봄 전문기관 역할 안내표(사진=보건복지부) © 변아롱 기자 |
통합돌봄 신청은 대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친족, 후견인도 가능하다. 신청 창구는 읍·면·동 주민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로 일원화됐다. 아울러 퇴원을 앞둔 의료기관, 재가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관 등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시설의 업무담당자도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가 있을 경우 통합돌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돌봄 공백이 발생하기 쉬운 퇴원·시설 이용 전환 시점을 제도적으로 포착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장기요양보험 신청이 기각됐거나, 긴급복지지원법상 위기상황에 놓여 있어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이 직권으로 통합돌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제도 접근성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장치다.
대상자 선정과 지원 필요도 판단 과정에는 전문기관이 참여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대상자의 의료적 지원 필요도와 일상생활 요양·돌봄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판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 업무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제도에서 축적된 평가 경험과 데이터를 통합돌봄 체계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지자체 중심의 ‘통합지원회의’가 운영된다. 이 회의에는 시·군·구(보건소, 읍·면·동), 통합지원 관련 기관, 전문기관 담당자뿐 아니라 지역 보건의료·건강·주거·돌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단순 서비스 연계가 아니라 의료, 주거, 돌봄을 아우르는 맞춤형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이후에도 시장·군수·구청장은 통합지원 제공 상황과 대상자의 상태 변화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개인별지원계획을 변경하거나 서비스 조정을 할 수 있다.
통합돌봄을 뒷받침할 전문기관도 지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중앙 및 시·도 사회서비스원,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전문기관으로 참여해 대상자 판정, 정책 지원, 서비스 연계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 특성을 고려한 통합돌봄 정책 지원을 맡아, 장애인 중심의 제도 설계를 보완할 예정이다.
이번 시행령·시행규칙에는 통합돌봄 기본계획과 지역계획의 수립·변경 절차, 전산처리 방식, 공유되는 정보의 범위 등 제도 운영에 필요한 세부사항도 함께 담겼다. 지자체별 여건에 맞춘 지역계획 수립을 허용하되, 국가 차원의 관리·조정 체계를 병행해 지역 간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제도 시행이 돌봄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기 노인정책관은 “이번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통합돌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그간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온 의료·돌봄 통합지원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시행을 위한 기틀이 갖춰졌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 현장에서는 초기 대상이 ‘취약계층 중증장애인’으로 한정된 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제도의 안정적 안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중증장애인 전반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에는 범위가 좁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통합돌봄이 이름 그대로 ‘모든 사람을 위한 통합’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향후 대상 확대와 충분한 재정·인력 투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통합돌봄은 의료와 복지, 돌봄이 각각 작동하던 기존 체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첫 제도적 시도다. 취약계층 중증장애인부터 시작되는 이 변화가 지역사회 기반 돌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제한적 제도에 머물지 향후 운영 성과와 후속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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