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경쟁력은 교통에서 출발한다. 출퇴근 시간의 혼잡, 만성적인 환승 불편, 대중교통 사각지대는 주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서울 서남권의 대표적인 교통 소외 지역으로 꼽혀온 양천구에서 다시 한 번 철도망 확충을 향한 강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목동선’과 ‘강북횡단선’ 재추진을 촉구하는 주민 서명 6만 5천 명이 모이며, 단순한 지역 요구를 넘어 정책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집단 행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목동선 강북횡단선 재추진 촉구 주민 서명부 전달식에서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기재 양천구청장(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목동선 및 강북횡단선 재추진 촉구’ 주민 서명운동을 마무리하고, 지난 17일 서명부 전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명운동은 9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추진됐다. 참여 대상은 양천구민에 국한되지 않았다. 양천구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동참하면서, 서남권 철도 인프라 확충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양천구는 수집된 6만 5천 명의 서명부를 서울시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서울연구원 등 관계기관에 순차적으로 전달하고, 두 노선의 재추진을 강력히 건의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식적인 문제 제기다.
목동선과 강북횡단선은 모두 양천구의 교통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핵심 노선으로 평가돼 왔다. 목동선은 서울에서 사실상 도시철도 접근성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신월동을 출발해, 대규모 재건축이 추진 중인 신정동과 목동을 거쳐 당산역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강북횡단선은 목동역을 기점으로 등촌로와 등촌역을 지나 청량리역까지 이어지는 동서 횡단 노선으로, 서남권과 동북권을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 노선 모두 교통 수요와 생활권 연결 측면에서 필요성이 높게 평가됐지만, 2024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이에 대해 양천구는 현행 예타 제도가 현재와 미래의 도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해 왔다. 단기적인 비용 대비 편익 중심의 평가 방식이 중장기 도시 성장과 주거·산업 구조 변화, 교통 수요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양천구는 향후 급격한 도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인구 약 10만 명에 달하는 신도시급 규모로 추진 중인 목동아파트 재건축은 올해 14개 단지 모두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되며 본궤도에 올랐다. 여기에 신월동과 신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민간·공공 재개발, 역세권 활성화 사업, 가로주택정비, 모아타운 등 총 66개 구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시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교통 수요를 더욱 자극하는 대형 개발 사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정동에 위치한 10만 4천㎡ 규모의 서부트럭터미널 부지는 지난 11월 착공식을 열고, 2031년 준공을 목표로 주거·쇼핑·물류 기능이 결합된 도시첨단물류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같은 개발이 완료될 경우, 양천구 일대의 인구 유입과 통행량 증가는 불가피하다.
양천구는 이러한 변화를 고려할 때, 목동선과 강북횡단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도로 중심의 교통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철도망 확충 없이는 교통 혼잡과 지역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주민 서명운동은 이러한 인식을 행정과 주민이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서명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6만 5천 명이라는 규모는 양천구 전체 인구 대비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며, 특정 이슈에 대한 주민 결집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철도 정책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에서 이 정도 규모의 주민 의견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목동선과 강북횡단선은 양천구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교통 인프라”라며 “6만 5천 명의 주민 염원이 담긴 서명부를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서울시와 긴밀히 협력해 두 노선이 반드시 재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노선 하나의 유무는 도시의 생활 반경과 부동산 가치, 산업 입지까지 좌우한다. 양천구가 모아 전달한 6만 5천 개의 서명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서남권 교통 지형을 바꾸고 미래 도시 구조를 재설계해 달라는 요구서에 가깝다. 이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그리고 예타 제도라는 벽을 넘어 실제 노선 재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