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도 신고의무 부과…장애인학대 대응 체계 전면 보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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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장애인학대와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다루는 기관이 정작 신고의무에서는 제외돼 있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구조적 허점을 바로잡기 위한 입법이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23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장과 종사자에게 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코리안투데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고 있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김선민의원실) © 변아롱 기자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의료인, 교직원 등에게 장애인학대와 성범죄에 대한 신고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대 현장 조사와 피해 장애인 응급 보호, 사후 지원까지 담당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장과 종사자는 신고의무자 범위에서 빠져 있다. 학대 대응의 중심에 있는 기관이 법적 책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온 이유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은 올해 3월 제주 지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해당 기관 소속 조사관이 미성년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내부에서 이를 즉각적으로 외부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할 법적 의무와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범죄가 장기간 지속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부 견제와 신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사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선민 의원은 이미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학대 대응의 핵심 기관이 정작 법적 신고의무에서는 비켜나 있는 것은 심각한 제도적 모순”이라며, 장애인 인권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입법으로 구체화된 결과다.

 

개정안의 핵심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장과 종사자를 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자로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특히 직무 수행 과정에서 자신이 소속된 기관 내에서 학대나 성범죄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직접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내부 사건이라 하더라도 기관 차원의 판단이나 자의적 처리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도록 법적 경로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기관을 처벌하거나 위축시키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권한을 가진 기관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하는 최소한의 제도 정비라는 설명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피해 장애인을 보호하고 권리를 옹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만큼, 그 내부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가장 엄격한 책임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장애인학대 대응 체계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신고 주체와 절차가 법으로 명확해지면 내부 은폐나 지연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사건 발생 시 신속한 수사와 보호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피해 장애인이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다시 피해를 입는 ‘이중 피해’를 예방하는 데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제도 보완이 신고의무 신설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신고 이후 피해 장애인에 대한 보호·치료·자립 지원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 사후 관리 체계까지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 신고가 늘어날수록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으면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선민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기관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장애인 인권 보호라는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 필요한 책임을 분명히 하는 조치”라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수사기관으로 연결되는 법적 통로를 명확히 해 은폐와 장기화를 막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장애인이 보호받아야 할 기관 안에서 다시 상처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의 장애인 인권 보호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인권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제도의 설계와 책임 구조가 얼마나 촘촘한지에 따라 피해 규모와 회복 가능성이 달라진다. 이번 법 개정 논의는 ‘누가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더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분명히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회의 논의 과정과 향후 통과 여부가 장애인학대 대응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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