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생기는 많은 변화들은 병이 아니라 ‘노화의 과정’이다.
모든 증상을 병으로 받아들이며 병원과 약에 의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환자로 규정하며 삶의 기쁨을 잃는다.
의료화(medicalization)에서 벗어나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노년은 자유롭고 풍성해질 수 있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93. 의료화에서 벗어나라: 늙어감과 아픔을 구분하는 노년의 지혜 © 지승주 기자 |
나이가 들면 누구나 몸의 여기저기서 신호가 찾아온다.
옛날 같지 않다는 느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이 변화들을 모두 병으로 여기고 병원에서 병원으로 떠도는 현상을
요즘 사회학에서는 ‘메디컬 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라 부른다.
즉, ‘증상이 있으니 나는 환자다’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어르신들이 이 과정에 쉽게 빠져든다.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금세 회복되던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작은 탈도 크게 느껴지는 시기가 바로 노년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노화의 변화와 ‘질병’은 다르다.
그리고 많은 증상들은 ‘치료 대상’이 아니다.
■ 숨이 차는 이유
나이 들면 횡격막과 호흡근이 약해지고, 폐포와 모세혈관도 줄어든다.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찬 이유다.
그렇다고 병은 아니다.
운동량을 서서히 늘리면 몸은 다시 적응한다.
■ 기침이 잦아지는 이유
노년의 기침은 오히려 “방어 기능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기침은 폐를 지키는 청소 시스템이다.
■ 위장이 더부룩한 이유
위의 탄성은 줄고 장의 운동은 느려진다.
기름진 음식, 과한 유제품은 당연히 부담스럽다.
조금만 덜 먹고 천천히 먹으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변비, 설사가 잦아지는 이유
장 운동이 느려지면 변비가 오고,
술이나 기름진 음식이 장을 자극하면 바로 설사가 온다.
이 또한 ‘질병’이 아니라 ‘노화의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를
‘큰 병의 전조’처럼 받아들이면 삶이 흔들린다.
검사만 늘고, 약만 쌓이고, 마음은 더 불안해진다.
더 나쁜 것은,
스스로를 “나는 환자”라고 규정하는 순간
삶의 활력과 자존감이 급격히 꺾인다는 것이다.
■ 반대로, 정말 조심해야 할 노년의 변화도 있다
음식을 삼킬 때 기도 뚜껑이 느리게 닫혀 사레가 잘 들리고,
골다공증으로 목뼈가 구부러지면 기도가 좁아지기도 한다.
한입에 꿀떡 삼키는 떡이나 인절미가 위험한 이유다.
또한 나이가 들면 간의 기능이 떨어져
약물 대사가 느려지고 약의 체내 잔존 시간이 길어진다.
따라서 “노인에게 약은 곧 독”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때도 있다.
■ 결국 노년의 건강은 “약”보다 “이해”에서 시작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고쳐야 할 병’이 아니라
‘적응해야 할 변화’로 받아들이면
의료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걷기, 호흡 운동, 가벼운 스트레칭만 꾸준히 해도
몸은 다시 생기를 찾는다.
마음도 가벼워진다.
늙어가는 것과 아픈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길이다.
우리가 지금 생소하게 느끼는 이유는
난생처음 겪는 노화이기 때문이다.
배워보지 않았고, 구분할 기회도 없었다.
■ 그래도 우리는 살아 있다
지병 하나쯤 있어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노년은 더 이상 두려운 시간이 아니다.
의료 의존을 줄이고
몸의 작은 변화에 담긴 지혜를 받아들이면
잠들었던 생기와 기쁨은 다시 되살아난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처럼
나이에 갇히지 않고
내일보다 오늘을 더 맛있게 살아내는 것.
그게 바로 노년의 품격이다.
가족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 때라도
그 책임을 상대에게만 돌리지 말자.
삶은 다시 오지 않는 단 한 번의 여정이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다.
오늘도 움직이고, 웃고, 사랑하고,
내 몫의 기쁨을 찾아 나서는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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