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NO” 선언한 현장…양천구, 공인중개사와 손잡고 부동산 거래질서 바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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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전세사기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주거는 생존의 문제이자 삶의 기반이지만,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한 거래 구조를 악용한 범죄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의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커진다. 결국 시장의 신뢰는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윤리와 책임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양천구에서 열린 공인중개사 자정 결의대회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코리안투데이] 공인중개사들과 함께 투명중개 실천 캠페인을 펼치는 이기재 양천구청장
(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양천구는 2일 양천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양천구지회 소속 공인중개사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자정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른 전세사기 사건으로 임차인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지역 내 공인중개사들이 스스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책임 있는 중개 문화 확립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자리다.

 

이번 결의대회는 행정 주도의 일방적 규제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 스스로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석한 공인중개사 전원은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 자정선언문’을 채택하고, 전세사기 가담이나 방조 행위를 단호히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언문에는 △전세사기 가담·방조 행위 금지 △임차인과 임대인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 △위험 거래 사전 차단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하고 책임 있는 중개 △불법·편법 중개행위 근절 등의 실천 과제가 담겼다.

 

전세사기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중개 과정에서의 정보 은폐, 과장 설명, 위험 신호 묵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임차인은 등기부, 시세, 선순위 권리관계 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자정 결의는 공인중개사가 단순한 거래 посред자가 아니라, 주거 안전의 1차 방어선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양천구는 이번 결의대회를 계기로 지역 내 부동산 시장의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구는 이미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운영 중인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전세사기 피해자 또는 위험 노출 세대를 대상으로 변호사 법률 상담과 제도 안내를 제공하며, 행정·법률적 공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임차인이 시세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안심 전세가격 안내 시스템’을 구축해 제공하고 있으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보증료 지원사업도 추진 중이다. 중개 수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중개서비스를 운영하고, 중개보조원의 신분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명찰 패용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거래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불법 중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행정과 제도만으로는 사기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장의 실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결의대회는 공인중개사 스스로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세사기 이슈 이후 공인중개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크게 흔들렸고, 선의의 중개사들까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자정 노력은 업계 보호라는 현실적 필요와도 맞닿아 있다.

 

양천구는 향후 공인중개사 교육과 점검도 병행해 자정 선언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불법 중개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과 수사기관 연계를 통해 엄정 대응하는 한편, 모범 사례를 공유해 책임 있는 중개 문화가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자율과 규율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전세사기로부터 주민의 재산과 삶을 지키는 일은 행정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주체의 책임”이라며 “투명한 거래 질서를 위한 공인중개사들의 자정 결의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도 정책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민이 안심하고 집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한 첫걸음은 분명하다. 정보를 숨기지 않고, 위험을 경고하며,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양천구에서 열린 이번 자정 결의대회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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