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차별” 판결에도 멈춘 변화…서울시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논란 다시 법무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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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뒤에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판결의 취지를 비껴간 규정 변경이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을 거부한 행위가 차별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서울시와 운영기관은 제도 개선 대신 모든 이용자의 보조석 탑승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장애계는 이를 사실상 판결 불이행이자 차별의 구조화로 규정하며 법무부에 시정명령을 요청했다.

 

[코리안투데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에이블뉴스) © 변아롱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을 제한해온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를 규탄하며 법무부에 시정명령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부터 행정심판, 행정소송, 대법원 상고심까지 5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차별이 인정됐음에도, 행정이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A씨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다 기사 옆 보조석 탑승을 거부당했다. 당시 서울시설공단의 내부 규정에는 발달장애인의 보조석 탑승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공단은 ‘안전 위험’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장애계는 발달장애인을 일률적으로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자기결정권 침해이자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초기 진정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후 행정심판 과정에서 차별로 판단이 뒤집혔다. 그러나 서울시설공단은 인권위의 시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권고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주며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모든 발달장애인이 도전적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러한 가정만으로 보조석 탑승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장애인은 자신의 생활 전반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올해 6월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며 공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발달장애인의 보조석 탑승 거부가 차별이라는 점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판결 이후 상황은 장애계의 기대와 달랐다. 서울시설공단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보조석 자체를 원칙적으로 탑승 금지하는 방향으로 운영 규정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특정 장애 유형을 이유로 한 제한은 사라졌지만, 모든 이용자의 선택권이 동시에 봉쇄됐다.

 

장추련은 이러한 조치를 두고 “판결의 취지를 왜곡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는 사법부의 판단을, 전체 이용자에 대한 제한으로 대체함으로써 차별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이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조석 이용을 원하는 장애인이 반복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으며,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조인영 변호사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규정이 개선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서울시설공단이 판결을 무시한 채 고의적으로 차별적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보조석 탑승 제한을 모든 장애인에게 일괄 적용하는 현재의 규정은 구조적 차별을 고착화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시정명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권위 권고와 대법원 판결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도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해 당사자 A씨의 어머니도 서면 발언을 통해 6년에 걸친 싸움의 무게를 전했다. 그는 대법원이 발달장애인을 잠재적 위험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분명히 판결했음에도, 서울시와 공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판결에 따라 보조석 탑승 여부를 장애인의 선택으로 돌려놓는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좌석 배치 문제를 넘어, 사법 판단과 행정 집행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법원이 차별을 명확히 지적했음에도 행정이 이를 형식적으로 회피할 경우, 권리 구제의 실질성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권은 장애인의 일상과 사회 참여를 좌우하는 핵심 권리인 만큼, 판결 이행 여부는 공공 교통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신뢰와도 직결된다.

 

 

법무부의 시정명령 여부는 향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정명령이 내려질 경우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는 운영 규정을 다시 손봐야 하고, 장애인콜택시 이용 과정에서의 선택권 보장 기준도 재정립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명령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장애계의 법적·사회적 대응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판결 이후의 행정이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은 차별 시정의 선례가 될 수도, 사법 판단이 행정 앞에서 무력화된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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