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물든 도시의 밤… 한원석 작가의 ‘환월(Re:moon)’, 청계천 위에 염원의 달을 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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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도시의 밤이 하나의 커다란 달로 환해졌다. 서울 청계천 물 위에 떠오른 빛의 조형물 ‘환월(還月, Re:moon)’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연말연시 도심 풍경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이 작품은 설치미술가 한원석 작가의 대표 연작으로, 폐자원을 예술로 환원해 순환과 기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코리안투데이] 한원석 작가의 ‘환월(Re:moon)’, 청계천 위에 염원의 달 전시 모습 © 백창희 기자

‘환월’은 청계천 고가를 비추던 600개의 폐헤드라이트와 폐고무를 활용해 달항아리 형태로 완성됐다. 한때 우리의 안전을 비추던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수명을 다한 뒤 폐기물로 흩어졌지만,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하나의 ‘달’로 모였다. 밤이 되면 수면 위에서 은은하게 반사되는 빛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상징으로 읽힌다. 작가는 “앞날의 빛, 염원의 빛, 기원의 빛을 모아 청계천 물 위에 띄우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설치는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겨울 축제의 핵심 장면으로, 서울시 Winter Festa의 일환으로 시민과 만났다. 달항아리라는 전통적 형상과 현대 도시의 야경이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은 작품 주변에 머물러 사진을 찍고 조용히 사유의 시간을 갖는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작품은 따뜻한 빛으로 도심을 감싸 안는다.

 

  [코리안투데이] 부산진역 앞 폐 파이트를 켜내 만든 2,050개의 고리로 성덕대왕신종을 형상화한 APEC 기념 조각 ‘환영’ 설치 모습 © 백창희 기자

 

한원석 작가의 작업 세계는 서울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산진역 앞에는 폐 파이프를 켜내 만든 2,050개의 고리로 성덕대왕신종을 형상화한 APEC 기념 조각 ‘환영(環影, Void Circle)’이 설치돼 있다. 비어 있는 원들이 중첩된 구조는 순환과 회복, 그리고 미래로의 연결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2025년을 향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APEC을 계기로 전국 주요 거점에서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또한 폐 스피커 3,088개로 제작한 금종 ‘형연(泂然)’을 경북도청에 영구 설치하고, APEC 고위급 만찬장에는 검정종 ‘현영(現影)’을 선보였다. 경주 보문단지 육부촌에는 ‘형연’과 ‘현영’을 잇는 연장 작업으로, 2,025개의 폐 파이프 고리로 구성한 성덕대왕신종의 미래적 실루엣 ‘환영(環影)’이 자리했다. 산업 부산물과 전통 상징이 결합된 이 연작은 지속가능성과 문화유산의 동시적 가치를 제시한다.

 

  [코리안투데이] 부산진역 앞 폐 파이트를 켜내 만든 2,050개의 고리로 성덕대왕신종을 형상화한 APEC 기념 조각 ‘환영’ 설치 모습© 백창희 기자

한편 한원석 작가는 아르코 선정 개인전 〈지각의 경계: 검은 구멍 속 사유〉를 부산의 80년 된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서 진행하며, 산업 유산의 공간성 속에서 빛과 소리, 재료의 변주를 확장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은행, 동일고무벨트의 후원으로 이어지는 이 전시는 공공미술과 실험적 설치의 접점을 보여준다.

 

폐기물의 끝을 예술의 시작으로 되돌리는 ‘환월’과 ‘환영’은 도시가 잊고 지나온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청계천 물 위에 떠오른 달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시민 각자의 염원과 기억을 비추는 공공의 빛으로 오늘도 조용히 도시의 밤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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