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무대에서, 우리는 내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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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포스터 속 아이들은 허공을 난다. 장구를 치고, 피리를 불고, 손에 손을 잡은 채 둥글게 돌며 웃는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동화 같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현실이 있다. 국악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온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오늘의 아이들이 다시 몸으로 건너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290회 영재한음(국악)회는 그래서 공연이기 이전에 하나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전통은 박물관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숨결로 살아야 한다는 선언이다.

 

 [코리안투데이] 전통은 아이들의 숨결 속에서만 현재형이 된다  © 김현수 기자

 

요즘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이른 결과를 요구한다. 빨리 배워야 하고, 금방 잘해야 하며, 곧바로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국악의 시간은 다르다. 장단은 서두르지 않고, 소리는 몸을 기다린다. 중모리에서 중중모리로, 휘모리로 넘어가는 그 느림과 급함의 질서는 삶의 호흡과 닮아 있다. 아이들이 그 질서를 배운다는 것은, 단지 음악을 익힌다는 뜻이 아니다. 기다리는 법, 함께 맞추는 법, 자기 차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린 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 배움을 증명한다. 판소리는 합창이 되어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강강술래는 놀이가 되어 공동체의 기억을 깨운다. ‘바람을 가르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은유처럼 읽힌다. 아이들은 바람을 가르며 달리지만, 동시에 바람이 되어 다음 세대를 밀어 올린다. 전통은 그렇게 전승된다. 누군가의 손에서 다른 누군가의 몸으로.

 

▲ [코리안투데이] 순위가 사라진 무대에서, 성장이 앞에 선다     ©김현수 기자

 

이 무대가 더 특별한 이유는, 아이들이 중심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경쟁의 언어가 아닌 성장의 언어로 짜인 공연. 박수는 순위를 매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기를 북돋기 위해 울린다. 어쩌면 우리는 이 아이들의 무대에서 잊고 지낸 질문을 다시 만난다. 잘하느냐보다, 즐기고 있느냐. 빠르냐보다, 오래 갈 수 있느냐.

 

공연장을 나서며 문득 생각한다. 전통을 지키는 일은 과거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믿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웃으며 장단을 타는 그 순간, 국악은 내일로 건너간다. 오늘의 무대는 작지만, 그 울림은 길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이어갈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조금 덜 조급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전통이 가르쳐준 속도로, 삶을 다시 듣는 저녁이기 때문이다.

 

  [김현수 기자  :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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