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입조심 말조심 — 말은 관계를 세우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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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말은 짧지만 관계에 남기는 흔적은 길다. 같은 말이라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겐 상처가 된다. 의도는 선했어도 듣는 이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입조심과 말조심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성숙의 문제다. 말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 듣고 나서 곧장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관계를 지키는 힘이 된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104. 같은 말, 다른 상처  © 지승주 기자

 

사람 사이의 갈등은 큰 사건보다 사소한 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의도하지 않은 한 문장, 무심코 던진 표현 하나가 관계의 균열을 만든다.

 

어느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작은 모임이 있었다.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모였고, 웃음이 오가던 자리였다. 그런데 한 친구가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한다는 연락을 했다. 집주인은 전화를 끊으며 무심히 말했다.

“정말 꼭 와야 할 사람이 못 왔네.”

 

그 말은 누구를 겨냥한 것도, 누군가를 평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은 각자 다르게 반응했다.

 

한 사람은 ‘그럼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란 말인가’라고 받아들였고, 또 다른 사람은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군’이라 해석했다. 결국 하나둘 자리를 떠났고, 남은 사람마저 자신을 향한 말이라 여기며 돌아섰다.

 

그날의 모임은 말 한마디로 끝나버렸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말의 진짜 힘은 말한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해석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럴 뜻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계에서는 그 말이 거의 위로가 되지 않는다. 상처는 이미 남았고, 마음은 이미 닫혔기 때문이다. 말은 공기처럼 흩어지지만, 감정은 오래 머문다.

 

그래서 성숙한 사람은 말하기 전에 한 박자를 쉰다.

이 말이 누군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을지, 오해의 여지를 남기지는 않을지, 불필요한 비교나 평가가 담겨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한다.

 

듣는 쪽의 태도도 중요하다. 모든 말을 자신을 향한 칼날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사람은 자신의 약한 부분에 가장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은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하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과장이 아니다. 반대로 말 한마디로 평생 쌓은 신뢰를 잃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말이 빠르게 퍼지고, 짧은 문장이 오해를 낳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입조심과 말조심은 침묵하라는 뜻이 아니다.

상대를 살리는 방향으로 말하라는 요청이다.

조금 덜 말하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생각하는 것.

그것이 관계를 오래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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