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불안] 통장 잔고보다 마음이 더 흔들리는 사람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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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통장을 열었다가 바로 닫는 순간이 있다. 숫자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는데, 더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먼저 든다. 잔고가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손이 먼저 멈춘다. 이 장면은 꽤 많은 사람에게 반복된다. 소득이 갑자기 줄어든 사람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만의 반응도 아니다. 이상한 건, 통장 속 숫자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는 점이다. 왜 이런 반응이 자꾸 되풀이되는지, 그 이유를 묻는 대신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탓한다.

 

  [코리안투데이] 통장 잔고보다 먼저 흔들리는 마음 © 현승민 기자

 

숫자보다 먼저 반응하는 감정

 

현장에서 보면, 불안은 숫자가 만들어내지 않는다. 같은 잔고를 보고도 어떤 사람은 별일 없다는 듯 하루를 보내고, 어떤 사람은 그날 내내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이는 계산 능력이나 정보의 양이 아니다. 반응의 순서가 다를 뿐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들은 숫자를 ‘해석’하기 전에 ‘판단’한다. 이 숫자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따져보기 전에,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다. 괜찮지 않다, 부족하다, 늦었다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 단어들은 대체로 근거가 없다.

 

비슷한 순간에 멈추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특정 지점에서 자주 멈춘다. 계획을 세우다가도 마지막 단계에서 손이 멈추고, 실행 직전에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뉴스 제목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성과 이야기에 계획이 흔들린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기준이 아닌 분위기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온도가 바뀌는 순간 멈춘다. 그래서 이 멈춤은 반복된다.

 

  [코리안투데이] 판단은 멈췄지만 계속 움직이는 사람들 © 현승민 기자

 

 

정보는 충분한데 결정은 어려운 이유

 

이 사람들은 무지하지 않다. 오히려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도 대략 알고 있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결정을 못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보는 많지만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으면 모든 정보는 비교의 재료가 되고, 비교는 곧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때 사람들은 계산을 멈추고 감정에 맡긴다.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

 

여기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제가 관리를 잘 못해서요.” 하지만 현장에서 반복해서 확인되는 건, 관리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을 흔들리게 만드는 건 지출의 크기가 아니라 판단의 기준 부재다.”

 

관리라는 말에는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돈은 언제나 감정, 환경, 관계와 함께 움직인다. 관리하려 할수록 더 자주 확인하게 되고, 확인할수록 마음은 더 흔들린다.이 악순환은 의지로 끊기 어렵다.

 

한 번 있었던 그 장면

 

예전에 그런 경우가 있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고, 당장 문제가 될 만한 숫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계속 불안해했다. 대화를 하다 보니,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계획이 ‘왜 이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기준 없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상황이 조금만 흔들려도, 계획은 바로 힘을 잃었다. 틀린 선택이 아니라, 버티기 어려운 구조였다. 

 

기준이 없는 계획의 특징

 

기준이 없는 계획은 늘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 금리가 바뀌면 흔들리고, 남의 성과를 들으면 다시 고민한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환경이 변하는 순간 멈춘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을 나약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약해서가 아니라, 기준 없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준은 결심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기준이 없는 계획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코리안투데이] 주변은 계속 움직이지만, 그는 그 자리에 서 있다. © 현승민 기자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

 

통장 잔고는 숫자다. 하지만 그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사람들은 숫자 때문이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 흔들린다. 이게 항상 맞는 말이라고 하긴 어렵다. 다만 현장에서 반복해서 보이는 장면은 분명 있다. 다음에 통장을 열기 전, 숫자보다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지. 그 질문만 남긴 채, 여기서 멈춘다.

 

[ 현승민 기자: ulsangangnam@thekoreantoday.comhttps://wiago.link/rickymo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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