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 남겨진 유휴 공공시설은 관리 부담이 되는 동시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새로운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치된 공간을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 거점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늘려가는 가운데, 양천구가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공간 재생 모델을 선보였다.
![]() [코리안투데이] 용왕산 숲속카페 외부 전경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용왕산공원 내 장기간 활용되지 않던 옛 배수지 관사시설을 주민 쉼터이자 어르신 일터로 재탄생시킨 ‘용왕산 숲속카페’를 조성하고, 오는 12월 26일 개관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간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공공자산의 활용도 제고와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담아낸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에 숲속카페로 탈바꿈한 시설은 1987년에 건축된 건물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목동배수지 관사로 사용해 왔다. 이후 기능이 종료되면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숲속활력소’라는 이름으로 한시 운영되었으나, 이후 뚜렷한 활용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장기간 방치 상태에 놓여 있었다. 공원 한복판에 자리한 공공시설이 오랫동안 활용되지 못하면서 공간 관리와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져 왔다.
양천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 공공자산의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단순 임대나 철거가 아닌, 공원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주민 휴식공간 조성과 어르신 일자리사업을 결합한 ‘용왕산 숲속카페’ 조성 계획이 마련됐다.
구는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해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행정재산 사용허가를 체결했다. 이후 내부 철거를 시작으로 구조 보강, 설비 개보수, 공간 재배치, 외관 경관 정비 등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노후 건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원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용왕산 숲속카페’는 연면적 99.36㎡ 규모로 조성됐다. 내부에는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단독 룸과 개방감 있는 오픈 좌석이 마련돼 다양한 이용 형태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외부에는 넓은 야외 데크와 테이블을 설치해, 방문객이 숲과 공원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실내 공간은 원목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연출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를 강조했다. 실내와 야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계절과 날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용왕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특징이다. 도심 속 공원이라는 입지를 살려 ‘머무르는 쉼’에 초점을 맞춘 공간 구성이다.
운영 방식 역시 눈길을 끈다. 카페는 어르신 일자리사업과 연계해 운영되며, 지역 어르신 20여 명이 음료 제조와 판매, 매장 관리 등 운영 전반에 참여하게 된다. 단순 보조 역할이 아닌 실제 매장 운영의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안정적인 소득과 사회 참여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용 시간은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양천구는 이번 숲속카페 조성이 공공자산 활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보고 있다. 사용 목적을 상실한 시설을 철거하거나 최소한의 관리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노인 일자리 창출과 주민 커뮤니티 공간 조성을 결합한 점은 지역 복지와 도시 공간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용왕산 숲속카페 조성은 유휴 공공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주민 휴식공간 마련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함께 거둔 사례”라며 “앞으로도 숲속카페가 가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공시설의 재생은 단순히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공간이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용왕산 숲속카페는 방치된 시설을 지역의 일상 속으로 다시 불러들이며, 공공자산이 주민의 삶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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