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 별세…한국 영화사의 한 시대를 밝힌 이름
배우 안성기가 혈액암 투병 끝에 5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4세.
한국 영화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그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스크린을 지켜온 진정한 ‘국민배우’였다.
![]() [코리안투데이] 200여 편의 작품으로 남긴 이름,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배우 © 김현수 기자 |
안성기, 200여 편의 작품으로 완성한 한국 영화의 얼굴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당시 나이 여섯 살의 아역 배우였던 그는 이후 약 70여 편의 아역 영화에 출연하며 일찌감치 존재감을 드러냈다.
10여 년의 공백기를 거친 뒤에도 그는 다시 영화 현장으로 돌아와, 배우 인생 대부분을 스크린에 바쳤다.
대표작으로는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만다라’(1981),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5),
‘철수와 만수’(1988), ‘남부군’(1990), ‘하얀 전쟁’, ‘투캅스’(19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실미도’(2003),
‘한산’(2022), ‘노량’(2023) 등 200여 편이 넘는 영화가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곧 한국 영화사의 연대기였다.
![]() [코리안투데이] 말보다 태도로 가르친 ‘어른’…후배들이 기억하는 안성기 © 김현수 기자 |
“안성기는 배우가 아니라 한 시대의 공기였다”
안성기는 나이가 들어서도 멋이 있었다.
오랜 시간 영화라는 한 길을 걸어온 꾸준함과 뚝심, 그리고 선배로서의 관조와 여유는 말없이 후배들에게 배우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조성진 전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SNS를 통해
> “안성기라는 이름은 배우라기보다 한 시대의 공기였다. 그의 영화들은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삶의 결을 가르쳐 주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는 언제나 스크린 너머에서 우리를 안심시켰다”
> 라고 추모했다.
영화계에서 그는 항상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맏형’이었고, 존재 자체로 든든한 중심이었다.
![]() [코리안투데이] “나태하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배우 안성기가 남긴 삶의 철학 © 김현수 기자 |
“나태하지 않게, 날이 선 상태로 있어야 한다”
필자는 2019년 8월, 영화 ‘사자’에서 구마 사제 ‘안신부’ 역을 맡았던 안성기를 삼청동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어른’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안성기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사자’는 내가 리더하는 영화가 아니다. 박서준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작품이다.”
작품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귀신같이 알고 연락이 온다. 나태하지 않고 날이 선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거다.”
2019년 당시에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체력 관리를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복근이 살아 있을 정도였다.
유머와 자기객관화도 잃지 않았다.
‘사자’ 출연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며
“시나리오를 보니까 내 모습이 근사하게 나오겠구나 싶어서”
라고 답했다.
![]() [코리안투데이] 조용하지만 단단했던 존재, 국민배우의 마지막 길 © 김현수 기자 |
영화계의 ‘큰 어른’을 떠나보내며
안성기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등 여러 역할을 맡으며 오랜 시간 영화계를 지켜왔다.
그는 “티켓 파워보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는 배우가 돼야 한다”고 말하던 배우였다.
영화계는 이제 안성기라는 큰 어른을 잃었다.
잔소리보다 실천으로, 말보다 태도로 배우라는 직업을 보여준 그는 한국 영화사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 [코리안투데이] 빈소에 머문 아들들, 스크린 밖에서도 이어진 가족의 품격 © 김현수 기자 |
빈소 및 장례 일정
* 빈소: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 유족: 아내 오소영 씨, 아들 다빈·필립 씨
* 발인: 9일 오전 6시
한국 영화의 한 시대를 조용히 밝혔던 배우 안성기에게 깊은 존경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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