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매서워질수록 문화생활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실내로 이동한다. 특히 비용 부담 없이 수준 높은 전시를 즐길 수 있다면 선택지는 더 분명해진다. 올겨울 서울에서는 미술관과 박물관, 공공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무료 전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한 땀 한 땀 수놓은 패션아트부터 산업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초대형 사진전,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기획전까지. 놓치면 아쉬운 서울의 무료 전시 7곳을 한데 묶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는 ‘금기숙 기증특별전’이다. 한국 패션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금기숙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총 5부 구성으로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로, 40여 년에 걸친 창작 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패션과 공예,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 작업들은 ‘옷’이 아닌 ‘예술’로서의 섬유를 다시 보게 만든다.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1월부터 3월까지 무료로 운영돼 관람 이후의 경험까지 확장된다.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서소문 일대에서는 한 자리에서 두 개의 굵직한 전시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3층에서는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을 국내 최대 규모로 조명하는 ‘근접한 세계’가 진행 중이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3세대 작가들의 회화, 영상, 설치 작품 110점을 3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매일 오후 3시 정기 해설과 전시도슨팅 앱을 통한 다국어 설명도 제공된다.
같은 공간 1층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최재은의 개인전 ‘약속(Where Beings Be)’이 열린다. 조각과 영상, 설치, 건축을 넘나들며 생명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의 국내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으로, 대표작과 더불어 관람객 참여형 신작이 함께 소개된다. 관람은 무료이며, 도슨팅 앱을 통해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평일 저녁까지 개관해 퇴근 후 방문도 수월하다.
같은 건물 8층 하늘광장 갤러리에서는 김유정 작가의 수묵담채화 전시 ‘우리, 공간과 삶’이 3월 중순까지 열린다. 일상 속 이웃들의 소박한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은 겨울철 실내 전시에 어울리는 온기를 전한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작가와 함께 ‘한지 감성 조명 만들기’ 유료 체험이 22일 2회(오전 10시30분, 오후 2시) 8명씩 진행될 예정이다. 체험비는 5,000원이며 신청은 1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선착순 접수한다.
마지막으로 규모와 화제성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버틴스키 40년 회고전: 추출/추상’이다. 세계적 사진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40년 작업을 아시아 최초로 집대성한 전시로, 산업 현장의 ‘추출’이 어떻게 ‘추상’의 미학으로 전환되는지를 대형 사진으로 보여준다.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됐으며,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한국어 해설에는 배우 김석훈이 참여해 관람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처럼 올겨울 서울의 무료 전시는 장르와 주제, 형식 면에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예약 부담 없이, 비용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도 높다. 추위를 피하는 선택이 문화적 만족으로 이어지는 계절. 실내 전시는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겨울을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