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돌봄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국가적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병원과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하겠다는 ‘통합돌봄’이 오는 3월 27일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전면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본사업을 두 달여 앞두고 전국 229개 시군구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 결과, 전담조직과 인력, 운영 기반이 전반적으로 강화됐으며, 미흡한 지역에 대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함께 보완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 [코리안투데이] 오는 3월 27일부터 통합돌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사진=FREEPIK) |
통합돌봄은 2026년 3월 27일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전면 시행되면서 제도적으로 정착된다. 대상자는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 등이다. 단일 서비스가 아닌 의료, 요양, 돌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제도는 가족에게 집중돼 왔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돌봄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 개편으로 평가된다. 특히 병원이나 시설 입원·입소의 경계선에 놓인 노인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합돌봄 체계는 시군구가 중심이 된다. 대상자가 읍면동 주민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통해 신청하거나, 시·군·구청장이 직권으로 발굴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의료·요양·돌봄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조사한 뒤, 시군구가 주관하는 통합지원회의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사업별로 따로 신청하고 관리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서비스 구성은 기존 제도의 연계를 기본으로 하되, 부족한 부분은 신규 서비스와 지역특화서비스로 보완한다. 노인의 경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장기요양 등 전국에 인프라가 구축된 13종의 서비스가 우선 연계된다. 여기에 치매관리주치의, 재택의료센터 등 일부 지역에서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확대를 추진 중인 5종의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포함된다. 장애인의 경우에도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 주치의, 지역자활센터 등 11종의 기존 서비스를 중심으로 통합 연계가 이뤄진다.
이와 함께 퇴원환자 지원, 보건소 노쇠예방관리, 방문영양·방문재활 등 새로운 서비스 도입도 추진된다. 이는 병원 퇴원 이후 돌봄 공백을 줄이고, 예방 중심의 지역 돌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역특화서비스는 각 지자체가 지역 수요와 여건을 분석해 자체적으로 기획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가 돌봄서비스의 빈틈을 메우거나 지역 특성을 살린 모델을 발굴하도록 하고, 중앙정부는 예산과 지침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며 우수 사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통합돌봄의 가장 큰 변화는 지원 기준의 전환이다. 소득 기준 중심의 선별적 지원에서 벗어나, 노인과 장애인의 실제 돌봄 필요도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당사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입원과 시설 입소를 줄여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 [코리안투데이] 통합돌봄 본사업 전, 후 비교 (사진=보건복지부) © 변아롱 기자 |
복지부는 본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도 기반도 대폭 강화했다. 2026년 통합돌봄 예산은 전년 71억 원에서 914억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 가운데 620억 원은 지역 서비스 확충에 투입되며, 고령화율과 의료취약지 여부 등을 고려해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차등 지원이 이뤄진다. 나머지 예산은 지자체 전담인력 인건비와 정보시스템 구축 등 통합 제공 기반 마련에 활용된다.
전담인력 역시 대규모로 확충됐다. 시도, 시군구, 읍면동, 보건소 등에 총 5346명의 통합돌봄 전담인력이 배치돼 대상자 발굴, 계획 수립, 서비스 연계, 사후 모니터링을 담당하게 된다. 통합돌봄 정보시스템도 구축돼 신청부터 서비스 제공,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을 전자화함으로써 행정 효율성과 연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돌봄 시범사업은 2023년 12개 시군구에서 시작돼 단계적으로 확대됐으며, 2025년 9월 이후에는 전국 229개 모든 시군구가 참여하며 본사업 전환을 준비해 왔다. 현재 116개 시군구는 조례, 조직, 인력, 서비스 연계 등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춘 상태다. 다만 시범사업에 늦게 참여한 일부 지자체는 전담인력 확보나 지역 의료·돌봄 자원 발굴과 연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상자 신청·발굴 실적이 없는 38개 시군구는 모두 2025년 9월 이후 참여한 지자체로, 단기간 내 적극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본사업 시행 전까지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준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준비가 부족한 시군구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과 개선계획 협의를 병행할 방침이다. 제도가 전국 단위로 동시에 시행되는 만큼, 지역 간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통합돌봄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돌봄체계”로 규정하며, 각 시군구의 철저한 준비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본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사업 확대가 아니라, 돌봄의 철학과 전달체계를 바꾸는 시도다. 병원과 시설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지역과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전환하는 이 변화가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는 이제 실행에 달려 있다. 전국 시행을 앞둔 통합돌봄이 노인과 장애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남은 준비 기간과 초기 운영이 시험대가 되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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