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로 시작되는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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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종이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글자가 놓여 있다.

열(熱).

 

 [코리안투데이] 열은 감정이 아니라 근원이다  © 김현수 기자

 

그 주위를 따라 감정과 상태, 힘들이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분노, 정열, 광기, 노래, 기운, 피, 집념. 상단에 적힌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열(熱)로 시작되는 10년.”

 

이 그림은 설명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모든 10년에는 온도가 있다. 어떤 시대는 차갑게 시작한다. 회복과 절제, 신중함의 언어로 몸을 낮춘다. 어떤 시대는 미지근하다. 타협과 피로 속에서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열로 시작되는 10년은 다르다. 열은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번지고, 전이되고, 형태를 바꾼다. 사람을 데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태울 수도 있다.

 

이 그림에서 인상적인 점은 ‘열’이 하나의 감정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은 근원이다. 그로부터 정(情)이 나오고, 분(憤)이 나오며, 광(狂)이 나오고, 기(氣)와 혈(血)이 흐른다. 노래가 되고, 집착과 염려로도 변한다. 열에는 선악이 없다. 그것이 창조가 될지 파괴가 될지는 오직 방향의 문제다.

 

우리는 흔히 결과를 관리하려 하면서도 온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목표와 계획, 시스템은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피한다.

지금 나는 무엇으로 타오르고 있는가?

 

왜냐하면 열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욕망, 분노, 긴급함, 사랑, 두려움. 통제하려 애쓸수록 다른 형태로 새어 나온다. 무기력이나 조용한 분노로.

 

열로 시작되는 10년은 가속을 의미한다. 더 이상 제자리에 머무를 수 없다는 신호다. 자신의 열을 다루는 법을 배운 사람은 쓰고, 만들고, 노래하고, 이끌 것이다. 열을 부정하는 사람은 쉽게 소진될 것이다. 그리고 열을 방치한 사람은 언젠가 건너지 말았어야 할 다리를 불태웠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하단의 붉은 점은 인장처럼 보인다. 이것이 이론이 아니라 개인적인 선언임을 상기시킨다. 열은 언제나 개인적이다.

 

이 그림이 전하는 조용한 지혜는, 열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열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개인에게도, 사회에게도, 그리고 한 시대에게도 필요한 과제는 단 하나다.

불이 없다고 가장하지 않으면서, 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결국, 어떤 시작도 열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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