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친 겨울 새벽, 서울의 교통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틀간 이어졌던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극적인 노사 합의로 마침표를 찍으면서 15일 첫차부터 전 노선이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파업 돌입 이후 출퇴근길 혼란과 시민 불편이 극에 달했던 가운데, 노사는 협상 결렬 직전까지 치닫던 상황에서 심야 합의에 도달하며 최악의 장기 파업 사태를 피했다.
![]() [코리안투데이] 서울시버스노동조합위원장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노사 합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아롱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14일 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조정회의에서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임금 및 단체협약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이틀간 이어졌던 파업은 종료됐고, 서울 시내버스는 15일 첫차부터 전면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
이번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임금 인상률은 2.9%로 결정됐다. 사측은 당초 0.5%에서 3% 미만의 인상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3% 이상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최종 합의안은 노조 측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이번 임금 인상률을 올해 임금 협상의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또 하나의 주요 쟁점이었던 정년 문제도 합의에 포함됐다. 단체협약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 종사자의 정년은 오는 7월 1일부터 만 64세로 연장되고, 2027년 7월 1일부터는 만 65세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고령화와 인력난이 동시에 진행되는 버스 운송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운행실태점검제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결론 대신 노사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문제 역시 이번 협상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향후 논의 과제로 남았다. 이 사안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둔 동아운수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 결과와도 직결돼 있어, 향후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합의 과정은 끝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협상 막판, 버스노조 측 협상위원들이 협상장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결렬 가능성이 커졌고, 실제로 파업 장기화 우려가 급격히 확산됐다. 그러나 조정위원과 서울시 관계자, 공익위원들이 협상을 이어가자고 설득하면서 협상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랐고, 결국 사측이 노조안과 조정안을 큰 틀에서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박점곤 위원장은 합의 직후 “파업으로 인해 서울 시민이 겪은 불편과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합원들은 즉시 현장에 복귀해 시민의 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의 김정환 이사장 역시 “추운 겨울 시민들께 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서울 시내버스가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서울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화를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양보하며 합의에 이른 노사 양측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지켜준 시민들의 성숙한 대응에 깊이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진행됐으며, 서울 시내버스가 이처럼 연속 이틀간 전면 파업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서운 한파와 맞물린 파업으로 서울 시민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광역 통근자들까지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 혼잡도는 평소보다 크게 높아졌고, 자가용 이용 증가로 주요 간선도로 정체도 심화됐다.
다만 이번 합의가 모든 갈등을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통상임금 문제는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임금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판결 이후 다시 노사 간 입장차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 버스 준공영제 재정 구조 문제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심야 타결은 장기 파업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위기를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대중교통이 멈췄을 때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한 만큼, 노사 모두 향후 협상 과정에서 보다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이번 합의가 임시 봉합이 아닌 지속 가능한 노사 관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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