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이름을 적지 않은 카페, 보통이라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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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처음엔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지 않았다. 국제전자센터를 오가며 늘 지나쳤던 그 카페 앞에서, 어느 날 한 사람이 “보통커피가 어디 있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본 뒤 “그런 카페는 없는 것 같”고 답했다. 그 말이 틀렸다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코리안투데이] 국제전자센터 지하1층에 있는 ‘Botong coffee’ © 임승탁 칼럼니스트간판에는 ‘coffee’라는 단어만 있었다. 그래서 보통커피라는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다. 나중에 다시 보니, 창문에 붙은 메뉴판 위에 조용히 적혀 있었다. ‘Botong coffee’. 그제야 알았다. 늘 보던 풍경을, 나는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통커피라는 이름을 왜 붙였는지 물었을 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보통만큼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요즘 세상에서 ‘보통만큼만 하겠다’는 말은 너무 소박해서 오히려 어렵게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더 나은 것, 더 특별한 것, 더 눈에 띄는 것을 요구받는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간판은 커야 하고, 이름은 기억에 남아야 하며, 무언가는 반드시 강조돼야 한다. 그런데 이 카페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상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커피라는 단어 하나만 남겼다.

 

보통커피는 말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메뉴도, 가격도, 공간도 모두 과하지 않다. 보통이라는 기준을 유지하는 일. 그것이 얼마나 많은 결단을 요구하는지, 이곳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알게 된다.

 

 

보통은 대충이 아니다. 포기가 아니다. 보통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다.
간판에서 이름을 지운 카페는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보통만큼만 하겠다는 말이 이렇게 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카페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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