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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윤진성 기자]14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중고 총 451명 (중 160명/고 291명)의 만학도가 가슴에도 그리던 졸업장을 받았다. 중학교 최고령 졸업자는 강연심(여 80세), 최연소 졸업자는 앙도마(여27세)이고 고등학교 최고령졸업자는 황환철 (남 82세), 김유금(여82세)이고, 고등학교 최연소 졸업자는 김성우(남 26세)이다.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2019학년도 대학입학자는 초당대학교 외 4년제 대학교에 18명, 목포과학대학교 외 2년제 대학에 85명이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4년을 마치고 다시 안산으로 돌아가는 부부
목포, 그리운 추억은 가슴 속에 간직하겠습니다.
이번 고등학교졸업생 만학도 최경선(67세). 오희숙(66세) 씨 부부는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을 마치고 다시 안산으로 돌아간다. 25년을 살던 경기도 안산을 떠나 목포에 정착한 것은 오직 어린 시절 꿈꾸던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4남매 중 장남이었던 최 씨는 초등학교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납부금이 밀려 학교에 가기만하면 쫓겨 돌아오곤 했다.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책보만 내려놓고 내쫓으셨다. 어렸지만 집에 가봐야 학비를 나오지 않는 것을 알았기에 학교 어귀에서 뛰어놀다가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로 돌아가 책보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납부금을 못 냈기에 무수히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 어렵사리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신앙촌에서 운영하는 고등공민학교에 다니는 기쁨도 잠시 학교가 폐쇄되는 바람에 그마져 그만두고 취업을 해야 했다.
그 때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과자공장과 과일 도매상, 대구 사과농장, 제주 감귤농장, 건설현장 등 온 몸으로 뛰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부터 사업이 어려워졌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싶은 욕심에 서울로 상경해 안산에 정착하고 조카가 운영하는 건설현장소장으로 일만하고 살았다.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대장암이 발견되면서 끊임없이 달려가던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퇴직 후 뭘 할까 생각하던 때에 처제의 소개로 어린 시절 못 다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목포에 전세를 얻어 정착했다.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4년이 참 꿈같이 흘러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자신감이 없어 움츠러들었던 날들이었다. 현장소장을 하면서 지시는 했으나 서류적으로 처리할 능력이 부족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UTQ, ITQ 자격증을 땄고 엑셀을 배우면서 자신 있게 서류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간단한 영어와 한자를 익혀 생활에 자신을 얻었다. 또한 수묵화 동아리를 하면서 붓을 들고 매난국죽 그리기에 몰입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졸업을 끝으로 4년의 만학시절을 마치고 자식들이 있는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가려니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있다. 졸업을 맞으며 사람마다 각기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내 모교가 여전히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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