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수구여병(守口如甁), 방의여성(防意如城): 말과 뜻을 지키는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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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뉴요커들은 대화를 할 때 감탄사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상대를 중심에 놓는 말習慣은 마음을 열게 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수구여병(守口如甁), 방의여성(防意如城)은

입과 마음을 단단히 지키라는 삶의 가르침이다.

말은 닦을수록 빛나고, 조심할수록 향기가 난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95. 말은 향기가 된다: 느낌표와 물음표로 완성하는 품격 있는 대화  © 지승주 기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말을 주고받으며 산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말은 관계를 살릴 수도, 흐려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작가 장자크 상페는 뉴욕에서 흥미로운 관찰을 했다.

뉴요커들은 대화할 때

감탄사(!) 와 물음표(?) 를 습관처럼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그래요?” “정말요?” “와, 좋았겠다!”

이처럼 추임새를 넣어 주는 일만으로도

대화는 훨씬 더 따뜻하고 살아난다.

 

누군가 “터키 여행 다녀왔어요”라고 말하면

우리는 흔히 “좋죠! 나는 두 번 가봤어요” 라고 반응한다.

순간 대화의 중심은 상대에게서 나에게로 옮겨온다.

 

그러나 뉴요커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머, 정말요? 어땠어요?”

말머리를 계속 상대에게 돌려주며

그 사람의 기쁨을 함께 키워 준다.

말을 통해 상대를 춤추게 하는 습관,

이것이 관계의 품격을 높이는 지혜다.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말 속에는

복이 되는 말도 있지만, 독이 되는 말도 있다.

느낌표와 물음표를 잃어버린 대화는

점점 건조해지고, 관계도 메말라 간다.

 

말이란,

내가 잘났음을 보여주는 무기가 아니라

상대에게 빛을 비추어 주는 등불이어야 한다.

 

말은 닦을수록 빛나고,

사용할수록 사람의 품격을 드러낸다.

감탄과 공감이 담긴 말은

듣는 이를 춤추게 하고,

냉소와 비교가 담긴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

 

그래서 고전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守口如甁(수구여병) — 입을 병 뚜껑처럼 꼭 지켜라.”

“防意如城(방의여성) — 마음을 성처럼 단단히 지켜라.”

 

말은 한 번 튀어나오면 다시 담을 수 없다.

의도하지 않은 실언 하나가 관계를 무너뜨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어쩜 그렇게 곱게 늙으셨어요?”

전철에서 중년 여인이 건넨 칭찬에

할머니는 오히려 무표정했다.

그 여인이 내리자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그냥 ‘곱네요’ 하면 좋잖아… 늙은 거 누가 몰라.”

 

말 한마디에도 이렇게 섬세한 결이 있다.

따뜻한 마음으로 한 칭찬도

단어 하나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그래서 말에는 늘

역지사지(易地思之) 가 필요하다.

상대의 입장에서 듣고,

상대의 마음에서 말하는 것.

 

그렇게 말하면

“어쩜 그렇게 말이 예쁘세요?”

“복 들어올 말만 하시네요.”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말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조심해야 하고,

더 아름답게 다듬어야 한다.

 

말을 지키는 삶은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삶이다.

그리고 말의 온기가 남아 있는 사람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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