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늦게 피어난 행복, 노후가 알려준 삶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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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노년은 잃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비로소 삶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축복의 시기다.

경쟁이 사라지고, 의무에서 풀려나고,

남은 날들을 서로의 손을 잡고 감사로 채워가는 시간.

젊음보다 더 깊고 단단한 아름다움이 노후에 있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92. 노년의 아침은 왜 더 빛나는가: 노후가 들려주는 찬가     ©지승주 기자

 

노년의 아침은 유난히 천천히 밝아온다.

출근을 서두를 필요도, 아이들을 챙길 필요도 없으니

동쪽 창으로 햇살이 가득 차오를 때까지

그저 편안히 잠에 젖어 있을 수 있다.

이 여유가 허락된 나이를 우리는 ‘노년’이라 부른다.

 

젊은 시절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조차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는 자유의 시간이다.

마눌은 깊은 잠에 들지만 영감은 뒤척이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노년은 ‘얼마든지 게을러도 괜찮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식사는 단출하고 소박하다.

잡곡밥, 된장국, 김치, 시골 푸성귀, 생선 한 토막.

마누라는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건강식이라며 영감 앞에 내어놓는다.

영감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그 정성과 따뜻함을 알고 고마움을 삼킨다.

소박함이 오히려 풍성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아침 식사 후의 커피 한 잔만큼

노후를 황홀하게 만드는 시간이 또 있을까.

유리창 너머 공원 야산의 나무들이

마치 내 정원인 양 시야에 들어온다.

가꾸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삶.

노년만의 특권이자 은혜다.

 

신문을 보면 거대한 자금이 오르내리고,

텔레비전을 틀면 권력을 둘러싼 다툼으로 시끄럽다.

하지만 영감에게 그것들은 모두 꿈결처럼 멀다.

세상의 번다함에서 한 걸음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그 또한 노년의 은총이다.

 

돌아보면 인생의 어느 시기가 가장 행복했는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의 무심한 자유,

청춘의 뜨거운 도전,

장년기의 책임과 성취.

모두가 황금기처럼 보이지만

그때는 늘 바쁘고 부족하고 마음이 쉼을 몰랐다.

 

그렇기에 인생의 끝자락이라 믿었던 노후가

오히려 축복의 땅이 되어 기다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잃을 것이 없어 편안해진 손,

욕망이 걷혀 비워진 마음,

비로소 보이는 인생의 정도.

세상 속에 있으되 묶이지 않는 자유.

이 모든 것이 노년의 품 안에 있다.

 

아침에는 침대 위에서 가벼운 몸 풀기 운동을 하고,

낮에는 뒷동산 산책을 한다.

심심하면 여행도 떠나고,

고향마을을 제2의 집처럼 찾아가기도 한다.

아직 남아 있는 기력에 감사하며 술 한 잔, 담배 한 모금도

삶의 앙금이 아닌 여유로 느껴진다.

 

이제 곧 결혼 50주년을 맞이한다.

세월 속에서 더 깊어진 마눌의 얼굴,

함께 늙어온 영감의 눈빛.

젊은 시절에도 건네지 못한

부드럽고 따뜻한 눈길을

이제야 서로에게 선물한다.

 

가난했던 시절,

많은 고생을 함께 견딘 마눌을 바라보며

영감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백한다.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소.”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삶을 지켜주신 하늘께,

또 수많은 인연들에게

참된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오늘 아침 눈을 뜬 것.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나이.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천당이고 극락이라 말할 수 있는 노후.

이 평화가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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