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전면 의무화 앞두고 ‘후퇴 논란’…국회 “장애인 체감 접근성 중심으로 정책 재설계해야”

Photo of author

By The Korean Today News

디지털 전환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키오스크는 더 이상 선택적 편의 장비가 아니라 필수적인 서비스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자동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누구에게나 동일한 방식으로 열려 있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전면 의무화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정부가 제도 완화에 나서면서, ‘접근성’이라는 정책의 본래 목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국회는 보다 근본적인 기준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코리안투데이]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클릭해 주문하려 했지만 실패했다.(사진=에이블뉴스) © 변아롱 기자

 

국회입법조사처는 12월 24일 발표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 조정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보건복지부의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논란을 짚고, 정책 방향을 ‘설치 여부’ 중심의 이분법적 논의에서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접근성 수준’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이번 제도 완화가 디지털 취약계층과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접근권 보장의 실질성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주문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정책은 키오스크 확산이 장애인에게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통해 키오스크에 대한 편의 제공 의무를 명시했고, 민간의 부담과 이행 가능성을 고려해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해왔다. 2024년부터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복지시설, 대규모 민간 사업장으로 의무 대상이 확대됐고, 2025년 1월부터는 상시 근로자 100인 미만의 민간 사업장까지 포함되며 사실상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적용 대상이 될 예정이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는 일정 부분 유연성도 허용됐다. 소규모 시설에는 보조기기나 지원 인력 배치 같은 대체 수단을 인정했고, 이미 키오스크를 설치한 사업장에는 2026년 1월까지 배리어프리 기능을 갖춘 기기로 교체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접근권 보장이라는 목표와 현실적 여건 사이에서 절충을 시도한 구조였다.

 

그러나 복지부는 전면 의무화를 두 달여 앞둔 지난 11월,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과 테이블오더형 소형기기는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대신 직원 호출벨이나 보조 인력 배치 등 대체 수단을 제공하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예외 범위도 확대됐다. 장애계는 정책의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접근권의 실질적 보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조정을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권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보다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특히 현행 정책 논의가 ‘의무 대상에 포함되느냐’에 집중된 나머지, 장애인이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그리고 언제든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권의 핵심 취지가 호출벨이나 보조 인력 같은 대체 수단을 폭넓게 인정하는 과정에서 약화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관계 부처 간 정책 신호의 불일치도 구조적 문제로 짚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접근성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를 통해 단가 인하와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의무 범위를 완화하면서 시장과 현장에 상반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실제 이용 환경에서 접근성 수준의 편차를 키우고, 관련 산업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입법조사처는 정책의 기준을 ‘설치 의무’가 아니라 ‘접근성 보장 수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 수단을 허용하더라도 대기 시간, 자기결정권, 보조 수단의 실질적 이용 가능성 등 구체적인 서비스 지표를 통해 접근권 수준을 평가·관리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사업장 유형별로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적·인적 지원 기준을 세분화하고, 사후 평가와 모니터링, 신고 및 구제 절차를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도 담겼다.

 

기술적 대안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하드웨어 설치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QR코드를 활용해 키오스크 화면을 개인 스마트폰으로 연동하거나, 음성 인터페이스를 탑재하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접근성 모델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기 교체 부담을 줄이면서도 장애인과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자율적인 이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공공 주도의 지원 방식으로 렌탈·구독형 모델 도입도 제시됐다. 단순한 구매 보조를 넘어 설치, 유지, 보수까지 포함하는 전 주기적 지원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접근성 보장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한 장비의 설치 여부를 넘어, 디지털 사회에서 누구를 기준으로 시스템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자동화와 효율을 앞세운 기술이 또 다른 배제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의 초점 역시 숫자와 범위가 아니라 실제 사람의 경험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면 의무화 시점을 앞둔 지금, 접근성과 부담이라는 두 축을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을 넘어, 지속가능하고 일관된 정책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