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어둠 속에서 다시 태어난 영웅, 이순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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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rean Today News

 

한 민족의 영웅은 때로 외부의 평가를 통해 다시 깨어난다. 이순신은 적국의 존경과 후대의 숭모로 오늘의 정신적 기둥이 되었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103.  어둠 속에서 다시 태어난 영웅, 이순신의 발견  © 지승주 기자

당신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이

사실 한때는 역사 속 깊은 땅속에 묻혀 있던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일제 이전, 이순신 장군은 역사학자들만이

조선조 충무공 네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록해 두었을 뿐,

대다수 조선인들에게는 실체조차 분명하지 않은 존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순신 장군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올린 이는

일본 사람이었다.

 

110여 년 전, 러일전쟁에서 일본은

대마도 해협에서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러시아 발틱함대를 궤멸시킨다.

이 전쟁은 동양의 패권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전쟁 승리 후 도쿄에서는 대대적인 승전 축하연이 열렸고,

그 중심에는 일본 해군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있었다.

천황까지 참석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한 참의원이

“도고 제독은 영국의 넬슨 제독이며,

조선의 이순신 장군에 비견될 인물입니다”라고 헌사를 올렸다.

 

그러자 도고는 즉시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넬슨과 비교되는 찬사는 감당하겠습니다.

그러나 감히 이순신 장군과 비견됨은

제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나는 이순신 장군의 구두끈조차 묶지 못할 사람입니다.”

 

이 말은 이후 일본에서

겸양을 표현하는 관용구로까지 남게 되었다.

 

일본의 이순신 연구는 집요할 정도로 방대했다.

왜군과의 전투 상황, 전략과 전술,

패배의 이유까지 치밀하게 기록하고 분석했다.

 

그 연구의 끝에서 일본 해군들은

이순신 장군의 전술을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경지로 평가하게 된다.

 

도고 역시 이순신 연구에 깊이 몰두했고,

그를 마음속 전신(戰神)으로 모셨다.

 

도고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나와 넬슨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 속에서 전투에 임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왕의 의심, 동료 장수의 음해,

고문과 백의종군이라는 치욕 속에서도

정부의 지원 하나 없이

23번의 해전을 완벽한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우리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전신이다.”

 

이 발언은 조선 전역으로 퍼졌고,

일제강점기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순신 장군은 다시 민족의 정신적 기둥으로 살아났다.

 

일본의 식자층은 지금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는다.

자국을 패퇴시킨 적국의 장군이라도

위대함은 위대함으로 인정하는 태도였다.

 

박정희 대통령 역시

일본 육사 시절 이순신 장군의 전술을 배웠을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순신에 대한 존경은

대통령 재임 시

아산 현충사와 통영 제승당을 정비하는

대대적인 숭모 사업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순신 장군은

일본의 도고에 의해 한 번 깨어났고,

박정희 대통령의 숭모로

우리 역사 속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은

당신이 누구를 기억하고,

어떤 정신을 계승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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