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겉모습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품격

Photo of author

By The Korean Today News

  

우리는 때로 눈에 보이는 직함이나 겉모습으로 사람의 무게를 성급히 달아보곤 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진짜 가치는 그가 자신보다 약해 보이거나 낮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대할 때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글은 어느 기업 정원에서 벌어진 한 여인과 노인의 짧은 일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만함과 선입견을 경계합니다. 타인을 깎아내려 자신의 높이를 증명하려 했던 어리석음을 돌아보며,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진정한 품격이 무엇인지 함께 사유해 보고자 합니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111. 겉모습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품격  © 지승주 기자

 

당신은 오늘 길을 걷다 마주친 이름 모를 이들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이셨나요? 혹시 상대의 옷차림이나 그가 하고 있는 일의 종류를 보고 무의식중에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해버리지는 않으셨는지요.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성공’이라는 화려한 겉치레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 안에 담긴 인간이라는 본질의 무게를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위나 부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외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당신은 이미 삶의 경험을 통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어느 평화로운 평일 오후였습니다. 대기업 본사 건물을 둘러싼 정갈한 정원 벤치에 한 중년 여인이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연신 아이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무언가 마음에 차지 않는 듯 다그치고 있었지요. 그녀의 눈빛에는 세상의 모든 기준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강박과,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묘한 냉소가 서려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현재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받지 못하면 금세 불안해지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 곁에서 백발의 노인 하나가 묵묵히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낡은 작업복을 입고 허리를 굽힌 채 잔가지를 치는 그의 손길은 느렸지만 단정하고 정성스러웠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생명을 다루는 자 특유의 경건한 태도였습니다. 하지만 여인의 눈에 비친 노인은 그저 ‘공부 안 해서 늙어서까지 고생하는 노인’일 뿐이었습니다. 여인은 아이의 코를 닦아준 휴지를 마치 허공에 던지듯 노인 쪽으로 툭 떨어뜨렸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쓰레기를 노인은 말없이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여인은 보란 듯이 또 하나의 휴지를 던졌습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명백한 의도가 담긴, 타인의 노동을 시험하고 모욕하는 반복이었습니다.

 

당신, 이 장면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여인은 아들에게 노인을 가리키며 쐐기를 박듯 말했습니다. “잘 보렴. 공부 안 하면 저 할아버지처럼 평생 남이 버린 쓰레기나 치우며 살아야 한단다.” 아이를 위한 훈계라는 미명 아래, 그녀는 타인의 고귀한 노동을 비하하고 인격을 짓밟으며 자신의 가짜 우월함을 증명하려 했습니다. 노인이 정중하게 이곳은 직원 전용 구역임을 알렸을 때, 여인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사원증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나는 이 회사 계열사의 부장이에요. 당신 같은 정원사가 상관할 바가 아니죠.” 그녀에게 사원증은 자신의 인격을 대신하는 유일한 방패이자 타인을 공격하는 칼이었습니다.

 

노인은 그 무례함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차분히 전화를 한 통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그녀는 끝까지 “저 나이에 전화기 하나 없다니”라며 아이 앞에서 혀를 찼습니다. 이야기의 끝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극적인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노인이 빌려 쓴 전화를 받고 숨 가쁘게 달려온 비서실장 앞에서, 그 초라한 ‘정원사’는 바로 그 그룹 전체를 이끄는 회장이었습니다. 여인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직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당신, 이 이야기의 본질은 회장의 정체라는 영화 같은 장치에 있지 않습니다. 진짜 비극은 여인이 상대가 회장임을 알기 전부터 이미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존중은 상대의 지위에 따라 조절하는 비겁한 유동물이 아닙니다. 상대가 누구든 같은 무게로 대하는 예의야말로 진짜 품격입니다. 당신이 오늘 만나는 정원사, 청소부, 혹은 이름 모를 행인이 누구인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를 대하는 방식이 곧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준다는 사실입니다.

 

오만한 사람은 자신의 자리가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타인을 내려다보지만, 진정으로 도리를 지키는 사람은 낮은 곳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킵니다. 당신이 오늘 누군가를 향해 보낸 따뜻한 눈빛과 정중한 배려는, 결국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머릿돌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겉모습이라는 가면을 벗겨내고 나면 무엇이 남을지, 오늘 당신의 거울 앞에서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알고 난 뒤에 꺼내는 예의는 거래일 뿐이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건네는 예의는 비로소 인격이 됩니다.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